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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팔면 큰돈 번다”…캄보디아서 숨진 20대 한국인, 마약도 강요당했다

헤럴드경제 나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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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팔면 큰돈 번다”…캄보디아서 숨진 20대 한국인, 마약도 강요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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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6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 산악지대의 한 범죄단지에서 현지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박 모 씨 사망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SNS 캡처]

지난 8월 6일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 산악지대의 한 범죄단지에서 현지 수사당국 관계자들이 박 모 씨 사망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SNS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지난 8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 산악지대의 한 범죄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20대 한국인이 감금 당시 중국 국적의 범죄 조직원으로부터 마약 투약을 강요받는 영상이 공개됐다.

1일 KB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 박 모(20대·사망)씨는 겁에 질린 듯한 모습으로 하얀 연기를 마셨다가 내뱉기를 반복한다. 그의 앞에선 중국 국적의 조선족 조직원이 “죽여버리기 전에 마셔, 빨리 쭉! 더 세게!”, “더 세게 빨아! 숨 참지 못할 때까지 빨아”라며 명령을 이어갔고, 박씨는 두려움에 떨며 흡입을 이어갔다.

박씨가 들고 있던 흰 기체를 내뿜는 물병 같은 통은 필로폰을 연기로 흡입하는 장치인 ‘프리베이스’로 추정된다. 그는 결국 지난 8월 보코 산악지대의 한 범죄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건 발생 한 달 전인 7월 “캄보디아에 가서 은행 통장을 팔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건너갔다가 납치 및 감금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수사 당국은 조직이 피해자를 마약에 중독시켜 탈출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강제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캄보디아행을 권유한 박씨의 지인은 국내 대포통장 조직과 연결돼 있었고, 미리 확보한 박씨 개인정보로 캄보디아 조직이 박씨 통장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게서 입금받은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박씨는 무차별 폭행을 당한 뒤 온몸에 멍이 든 채 대형 쓰레기통 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프놈펜에서 50대 한국인 남성이 중국인 4명과 캄보디아인 1명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등 최근 캄보디아 내에서는 한국인을 노린 취업 사기, 감금, 폭행 등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납치·감금 피해는 2023년 1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 8월 기준 330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우리 정부는 지난달 16일 캄보디아 일부 지역의 여행경보 단계를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수도 프놈펜은 2단계 ‘여행 자제’, 시하누크빌·보코산·바벳 등은 2.5단계에 해당하는 ‘특별 여행 주의보’가 내려졌다.

외교부는 해당 지역을 방문하려는 국민에게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권고했으며, 이미 체류 중인 국민들에게는 가능한 한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