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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웃음 뒤 감춰진 분노와 절망 …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매일경제 김대은 기자(d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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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웃음 뒤 감춰진 분노와 절망 …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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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작품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 성악가 알베르토 가잘레가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인공 리골레토를 연기하고 있다. 솔오페라단

베르디 작품 해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 성악가 알베르토 가잘레가 오페라 '리골레토'의 주인공 리골레토를 연기하고 있다. 솔오페라단


19세기를 대표하는 '오페라의 거인' 주세페 베르디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오페라 '리골레토'가 서울 무대에 오른다.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리골레토는 권력과 사랑, 복수와 파멸이 교차하는 절대 비극의 정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희곡 '왕은 즐긴다'가 원작으로, 1851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다.

극은 이탈리아 만토바 공작의 궁정 광대 리골레토가 권력자의 방탕을 비호하다 귀족에게 원한을 사고 저주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세상에 숨겨 키운 딸 질다를 지키려 하지만, 질다는 방탕한 공작에게 유혹당해 순정을 잃는다.

분노한 리골레토는 청부 살인자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의 살해를 의뢰한다. 그러나 질다는 아버지의 복수를 막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공작 대신 칼에 맞아 죽는다. 리골레토는 시신이 담긴 자루를 확인한 순간 저주가 실현됐음을 깨닫고 절규하며 무너진다.

베르디는 사회적 모순과 인간의 비극, 그리고 아버지의 광기를 작품 속에 압축시키는 한편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 '그리운 이름(Caro nome)' 등 주옥같은 아리아를 통해 지금도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오페라로 남아 있다.

연출은 김숙영이 맡았다. 섬세한 인물 심리 묘사로 정평이 난 그는 이번 공연에서 인물 간 갈등과 관계를 중심에 두고 작품 특유의 비극적인 정서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세계 유수 극장에서 활약해온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지휘를 맡아 극적 긴장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번 무대의 가장 큰 화제는 비평가들로부터 "세대 최고의 예술가"라는 찬사를 받아온 이탈리아 출신 바리톤 알베르토 가잘레의 첫 내한이다. 그는 정명훈을 음악감독으로 선임한 명문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를 비롯해 비엔나 국립오페라와 베로나 아레나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70여 개의 배역을 맡아온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다.

특히 리카르도 무티 지휘하에 '맥베스'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오텔로' 등에서 주역을 맡았으며 베로나 아레나에서는 '아이다' '나부코' '카르멘' 등에서 활약했다.

1997년 파르마왕립극장에서 데뷔한 이후 그는 전 세계 오페라하우스를 무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며 베르디 해석의 정수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잘레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한국인 바리톤 강형규 역시 주목할 만하다. 광주콩쿠르와 마리아칼라스콩쿠르 등 다수의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국제적 입지를 다진 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아르헨티나 콜론 극장 등 유럽 주요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리골레토 역을 가잘레와 더블 캐스팅으로 맡아 국내 관객에게 더욱 친숙한 감동을 전달할 예정이다.

질다 역에는 세계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몰도바 출신의 나탈리아 로만이 캐스팅됐다. 두 성악가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베로나 아레나 등 세계 무대에서 주역을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질다의 순수하면서도 비극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만토바 공작 역에는 런던 로열 오페라와 BBC 프롬스 무대에 선 바 있는 테너 박지민, 그리고 유럽 주요 콩쿠르에서 다수 입상한 김진훈이 출연해 매혹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막달레나 역은 브라질 출신 메조소프라노 아나 빅토리아 피츠가 맡아 드라마의 긴장감을 더한다.


솔오페라단은 창단 이후 국내 무대는 물론 영국·이탈리아·세르비아·브라질 등 해외 진출을 통해 한국 오페라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려 왔다. 특히 창작 오페라 '춘향아 춘향아'를 유럽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이며 기립박수를 받았고, 최근에는 남미와 동유럽에서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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