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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미지·악보·코드'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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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미지·악보·코드'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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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오는 11월23일까지
시·이미지·악보·코드 매개로 한 작품 전시
시·이미지·악보·코드의 공통점은 다차원적 요소라는 점이다. 저차원의 물리적 한계를 뚫고 확장성을 이룬다. 시는 기록되고 낭독되며 감각을 드러내고, 악보는 표기되고 연주되며 울림을 낳는다. 코드는 작성되고 실행되며 현실을 변형하고, 이미지는 만들어지고 보는 순간 실행되며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서울대학교미술관 기획전 '차원확장자'는 이런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넘나드는 코드들의 실행력을 예술의 관점으로 포착한다.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이상, 백남준, 구자명, 김호남, 김은형, 정수정, 윤향로, 기민정, 전소정 9명의 작품 약 60점으로 이뤄졌다. ▲이상의 실험적 시 ▲백남준의 텍스트 악보 ▲컴퓨터 운영체제와 바이러스를 모티프로 한 구자명의 설치 ▲인터넷 신호의 지연과 울림을 공간화한 김호남의 설치▲ 철학적 개념과 신화를 실뜨개처럼 엮어낸 김은형의 페인트 벽화 ▲보쉬를 연상케 하는 정수정의 환상적 회화 ▲작품 제작과 오늘날 이미지의 생성·유통 조건들을 동기화한 윤향로의 '유사회화' ▲종이와 유리로 회화적 공간을 확장한 기민정의 회화 ▲이상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를 포착한 전소정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1961) 작품은 독일 퀼른에서 작성한 한 장짜리 악보에서 비롯됐다. 백남준은 이를 "만지기, 놀기, 듣기, 발차기, 채찍질까지 모두 포함한 토널 매체"라고 표현했는데, 이번 전시에선 관람객이 보면대에 놓인 악보를 몸으로 연주하는 경험이 가능하다. 일본어 초본은 분실됐고 이후 독일어와 영어로 작성한 것을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했다. 백남준 생전에는 실현되지 못했고, 2019년 코펜하겐 덴 프리 전시관에서 한 차례 퍼포먼스가 이뤄졌다. 국내에는 2022년 백남준아트센터를 통해 소개됐다.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김호남의 '해저 광케이블을 위한 에코챔버 시스템(2024)은 글로벌 통신이 이뤄지는 시간차를 시각·청각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장에 설치된 10대의 모니터는 전 세계 9개 도시의 웹 서버와 연결됐다.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해외에서 전달된 신호가 도착하는 순서에 따라 모니터와 스피커로 표출된다. 전시관에 설치된 프로젝터와 안개 장치는 마치 수면 아래 해저케이블관 주변부 느낌을 연출한다.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김은형의 종이 형상 위 드로잉 작품은 회화가 아니라 조각에 가깝다. 구겨진 종이 위 그림을 보면 '종이를 구기고 그렸을까? 그리고 구겼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정답은 구김이 먼저, 그림이 나중이다. 구겨진 형상에 문양을 새기듯 그림을 입혔다. 김은형은 작업에 앞서 작품의 얼개를 이룰 이야기를 먼저 짓는데, 이번 작품은 기독교, 불교, 이슬람 문화가 뒤섞인 '기담'과 '이로'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모든 존재는 본질적으로 같아 차별이 없다는 장자의 '제물론'과 지구적 공동체를 강조한 도나 해러웨이의 '테라폴리스'를 결합해 겹치고 흔들리는 드로잉을 통해 관계적 존재론을 표현했다.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서울대미술관 '차원확장자' 전시 내부 전경. 서울대미술관 제공


윤향로의 '스크린샷' 연작은 디지털 수공예를 연상케 한다. 작품은 인터넷과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스캔하고 혼합한 후 에어스프레이와 덧칠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만화책 한 권의 낱장을 모두 스캔한 후 인물을 지우고 반응선(감정이나 반응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선)만 남긴 뒤 혼합하는 식이다. 작가에겐 이미지를 수집해서 작업하고 배치하는 일련의 활동 모두가 예술에 포함된다.


이 외에 ▲이상의 시를 시각적 배열과 기하학적 특정 등을 반영해 시각화한 작품 ▲자연의 이름을 가진 프로그램을 조각으로 옮긴 구자명의 작품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를 추구하는 회화를 통해 생명의 지속성을 드러낸 정수정의 작품 ▲종이와 유리를 사용해 공간을 색으로 채운 기민정의 작품 ▲이상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1930년 경성 백화점의 감각을 현재와 연결한 전소정의 영상 작품 등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오진이 학예사는 "작품 속에서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며 "모든 연령대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친절한 전시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1월23일까지 이어진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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