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운영하는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가 운영하는 보급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품을 받은 뒤 흩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미국의 ‘가자 평화구상’에 조건부로 승낙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스라엘 쪽 분석이 나왔다. 중재국들도 하마스에 종전안 서명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채널12 방송과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3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미국의 제안에 조건부로 승낙하면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계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최종 결정은 카타르 협상단이 아닌 무기와 통치권을 내려놔야 하는 가자지구 지도부에서 내려야 해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핵심 협상 중재국인 카타르, 이집트, 튀르키예도 하마스에 트럼프의 가자 평화구상에 긍정적 반응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고 액시오스는 이날 보도했다. 전날인 29일 카타르 총리와 이집트 정보국장이 카타르 도하에서 하마스 협상단과 만나 평화구상안을 전달했고, 다음날엔 튀르키예 정보국장까지 참석해 4자가 회의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에 가자 평화구상에 하마스가 답할 시간을 “3~4일 줄 수 있다”라며 “우리에겐 필요한 단 한 개의 서명이 남아 있는데, 만약 그들이 서명하지 않느다면 지옥 같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가 보도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72시간 내 모든 인질 석방, 이스라엘의 단계적 철군, 임시과도정부 통치와 국제안정군 주둔 등을 담은 가자전쟁 평화구상을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백악관에서 양자회담을 한 뒤 이 평화구상에 합의했고, 이후 하마스에 합의안을 보내 응답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평화구상 발표 전후로 벌어진 막후 상황도 공개됐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이스라엘이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에 유리한 쪽으로 평화구상 초안을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전날인 28일 미국 뉴욕에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만나 6시간가량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 철수를 하마스의 무장 해제 진행과 연계하도록 하고, 철수를 중단할 거부권도 얻어냈단 것이다. 또한 3단계 철수가 완료돼도 “가자지구가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질 때까지” 이스라엘군이 계속 주둔할 것이고, 이 상황이 무기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은 분노했고, 세부 계획 공개를 막으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를 강행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카타르는 향후 미국과 세부 사항에 대한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이지만, 이스라엘은 합의안 협상에 열려 있지 않다고 한 소식통이 밝혔다.
실제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는 이날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이 계획은 초기 단계이며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카타르는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지난 9일 도하 공습에 대한 공개 사과를 받아내면서 이번 종전 논의 과정에서 “최대 승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29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전화로 카타르 총리에게 주권 침해에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이런 공격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 의원 출신의 크세니아 스베틀로바 대서양협의회 선임연구원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기고한 글에서 “이스라엘 총리는 경쟁국 특히 중동 국가에는 절대 공개적으로 뉘우침을 표하지 않는다”며 “네타냐후가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이미지는 워싱턴에 제한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라는 명성을 카타르에 안겨줬다”고 짚었다.
교황 레오 14세가 트럼프의 가자 평화구상을 칭찬하며 “하마스가 정해진 일정 속에서 제안을 받아들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