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①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주 충실의무 강화 방향은 필요
관건은 배임죄로 인한 형사 처벌…기업 부담 커져
주주보호, 일관된 메시지가 가장 중요
의무공개매수제, 약탈적 인수합병 차단 효과
주주 충실의무 강화 방향은 필요
관건은 배임죄로 인한 형사 처벌…기업 부담 커져
주주보호, 일관된 메시지가 가장 중요
의무공개매수제, 약탈적 인수합병 차단 효과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상법 개정 방향성은 맞다. 다만 배임죄 폐지가 전제가 돼야 기업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관악구 서울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상법 개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 교수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인수합병 전문 스타 변호사로 활약하다 2020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긴 회사법과 금융법 전문가다. 충실의무와 주주보호 관련 입법을 집중 연구해왔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관악구 서울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상법 개정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 교수는 법무법인 세종에서 인수합병 전문 스타 변호사로 활약하다 2020년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긴 회사법과 금융법 전문가다. 충실의무와 주주보호 관련 입법을 집중 연구해왔다.
최근 정부·여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사외이사) 명칭 변경 및 비율 상향,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대주주 의결권 제한(3%룰) 등을 도입했다. 이 가운데 정 교수는 “이사의 충실의무와 집중투표제·감사위원 2명 선출이 핵심”이라고 꼽았다.
우선 상법 개정의 배경에 대해 그는 개인투자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2017~2018년 550만명이던 개인투자자가 2022년 1450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며 “이렇게 급증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1500만명의 유권자가 자본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주요 정치 아젠다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사항에 대해 일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제언이다.
정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메시지”라며 “예측가능성이 무너지면 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도 10년간 일관되게 추진했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사 충실의무 강화…형사처벌 연계는 과도
정 교수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에 대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다”면서도 “민사소송으로만 처리된다면 문제없지만, 우리나라는 배임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해 기업들의 리스크가 과도하게 커졌다”고 지적했다.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되면서 기존에는 판례에서 주주에 끼치는 손해를 배임죄로 보지 않았다면 상법과 형사법의 연계가 성립된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는 배임죄를 경제사건에 적극 적용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며 “일본과 독일도 배임죄가 있지만 기업 경영을 잘못했다고 감옥 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합병비율 불공정으로 주주가 손해를 봤다면 주주가 이러한 합병으로 이익을 본 지배주주나 이사가 주주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우리는 지배주주나 이사를 형사처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이를 명문화해도 되지만, 지금도 판례로 충분히 적용되고 있다”며 “오히려 법에 쓰면 그 범위로 한정될 수 있어 현재 판례가 더 넓고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일부러 합병 비율을 조작하는 것은 경영판단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면서도 “회사를 위해 확장하다가 밸류에이션에 실수가 난 경우는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구분했다.
기업 대응 방안으로는 “경영판단 원칙 적용을 받으려면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이사회에서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고, 요청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행동주의 펀드 신나는 일”
이사회 구성 관련 개정안에 대해서는 긍정과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정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2명 분리 선출은 결국 2대·3대 주주의 힘을 강화하는 내용”이라며 “이질적인 사람이 이사회에 들어와 폐쇄적 구조를 개방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같은 2대 주주는 이사를 넣을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며 “결국 행동주의 펀드나 경쟁 업체가 이사를 넣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사회가 싸움터가 될 수 있고,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스탠다드 측면에서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미국·독일·일본·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라며 “우리나라가 좀 더 센 규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의무공개매수 제도에 대해서는 “코스닥의 지저분한 약탈적 인수합병을 없애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주식을 일부만 사서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무자본 인수합병이 많았는데, 전부 매입을 강제하면 이런 일이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설계와 관련해서는 “트리거링 포인트(의무 매수 의무 발생 기준 지분율), 가격 결정(경영권 프리미엄 포함 여부), 전부 및 일부 매입 여부 등 세 가지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효과로는 “경영자가 바뀌는 것은 주주에게 가장 큰 이벤트이므로 엑시트 기회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다만 부정적 효과로는 “인수 비용이 많이 들어 프라이빗에쿼티펀드(PEF) 업계가 가장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법학사 △서울대 법학 석·박사 △컬럼비아 로스쿨 LL.M. △사법시험 43회 합격 △사법연수원 33기 수료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독일 글라이스 루츠(Gleiss Lutz)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