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증감법 고발 주체, 법사위원장→국회의장
수정 하루 만에 야당 필리버스터 도중 또 고쳐
금융감독 개편·특검법 여야 합의 파기 등 잇단 논란
수정 하루 만에 야당 필리버스터 도중 또 고쳐
금융감독 개편·특검법 여야 합의 파기 등 잇단 논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증언감정법에 관한 무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활동 기한이 끝난 국회 위원회의 증인을 위증으로 고발할 때 고발 주체를 국회의장으로 하는 국회증언감정법 재수정안이 29일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은 전날 본회의 직전 수정안을 제출한 지 하루 만에 고발 주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중간 재수정안을 냈다. 여당이 다수 의석에 기대 주요 법안을 졸속 추진하다 문제가 되면 수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증언감정법 재수정안을 재석 176인에 찬성 175인, 기권 1인으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전날 수정안에 이어 하루 만에 재수정된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필리버스터 24시간이 도래하기 직전 의원총회를 거쳐 재수정안을 제출했다. 재수정안에는 고발 주체를 법사위원장에서 다시 국회의장으로 되돌리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는 국회증언감정법 의결 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무상할당비율을 제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 개정안을 추가 상정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 주도로 의결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온실가스 배출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돼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며 국민의힘과도 협의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날 국회증언감정법 처리 과정은 민주당의 정리되지 않은 입법 행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전날 국정조사 등에서 위증한 증인에 대해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고, 위원회 활동 기한이 끝나 고발 주체가 불분명할 경우 법사위원장이 고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당초 이 법안의 쟁점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이미 종료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에 관한 법 소급 적용 여부였다. 여당은 전날 위헌 논란을 고려해 소급 적용 부칙을 삭제하며 고발 주체를 법사위원장으로 바꿨다.
국회의장실에서는 고발 주체 변경에 대해 여당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아닌 개별 상임위원장이 고발 주체가 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상임위 중 하나일 뿐인 법사위가 상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의장실 관계자는 “소급입법 부칙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바는 있지만, 고발 주체 (변경)에 대한 것을 고려한 적은 없다”며 “의장은 개인이 아니라 본회의 의결로 고발이 결정된 사항을 대리하는 기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국회의장을 배려하기 위해 고발 주체를 법사위원장으로 바꾼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수정안은 일부 법사위원들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고발주체가 된다는 것이 격에 맞지 않는다는 의장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수정안을 냈다”며 “의장실에서 국회 주체 고발은 국회 대표인 의장이 하는 게 맞겠다는 원론적, 원칙적 입장을 주셔서 다시 수정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의 이러한 입법 행태는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이재명 정부 첫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3시간여 앞두고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 내용을 삭제한 수정안을 발표했다. 3대 특검법 개정안 여야 합의를 여당이 일방 파기한 후 국민의힘 소속 상임위원장인 정무위원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진전되지 않자 본회의 직전 관련 내용을 뺀 것이다.
특검법 여야 합의 및 파기 과정 역시 매끄럽지 않았다. 여야 합의 발표 하루 만에 지지층 반발이 감지되자 정청래 대표가 재협상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간 갈등이 외부로 노출됐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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