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방영되는 MBN 드라마 '퍼스트레이디'에 출연하는 지현우(왼쪽)와 유진. MBN |
원조 '국민 요정' 배우 유진(44)과 원조 '국민 연하남' 배우 지현우(41)가 역대급 부부 전쟁을 치른다. 지난 24일 첫 방송된 MBN 12부작 수목드라마 '퍼스트레이디'에서 합을 맞추면서다. 그냥 부부 싸움이 아니다. 막 대통령에 당선된 남편 현민철(지현우)과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킹 메이커' 아내 차수연(유진)의 이혼 갈등, 대한민국이 흔들리는 정치 스캔들이 터진다.
민철은 어떤 이유에선지 대통령 당선 직후 수연에게 이혼을 선포하고, 가족과 야망,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수연은 이리저리 분투한다. 두 사람의 갈등 외에 비리 사건, 외도와 오해 등이 얽혀 들어 시청자까지 휘어잡는다. 대통령 취임까지 남은 단 67일, 금슬 좋은 줄만 알았던 당선인 부부의 숨겨진 비밀과 정치권의 음모는 어디를 향할까.
유진과 지현우가 만나 빚는 '정치 멜로'에 대한 기대도 일부 있었지만, 매일경제와 만난 유진은 "멜로는커녕 '투사'처럼 촬영했다"며 웃었다. 확실히 먼저 방영된 1~2화에선 부부간 교감보단 각자의 목적과 사건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극 중 수연은 내조만 하는 영부인이 아니라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철의 여인'이란 팬덤을 거느린, 민철의 정치적 동반자다. 유진은 "드디어 대통령 당선이란 꿈이 이뤄진 순간에 '이혼하자'는 말을 듣는다고 상상해보라"며 "수연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맞부딪쳐 나아가는 강인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유진에겐 이번 작품이 앞선 드라마 '펜트하우스'(2020~2021)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이란 의미도 크다. 최고 시청률이 29.2%(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한 흥행작이었던 만큼 그는 "(복귀하기 전) 당연히 부담됐고, 촬영을 시작했을 땐 캐릭터 구현이 어려워서 놀랐다"고도 털어놨다. "제 실제 성격도 강하고 저돌적이긴 해요. 하지만 수연은 때론 냉철하고 악독한 모습까지 감수하는 캐릭터라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죠. 그래도 감정이 폭발하는 후반부에선 내가 진짜 차수연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현우도 칼을 갈았다. 때론 인자하게 모든 것을 품고 또 때론 나눠질 수 없는 근심이 가득한 정치 지도자로 분했다. 젊은 시절 무명의 노동 운동가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모종의 사고로 입은 치명적 부상마저 딛고 일어선 불굴의 캐릭터다. 지현우는 "민철은 대통령이 되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신념을 지키고자 이혼을 택한다"며 "어떤 유혹에 몸담지 않고 느리더라도 정직하게 가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대본을 받은 올해 초 종종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곳을 오가는 정치인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과 시위대도 찬찬히 살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은 어떤 대통령을 원할까', 시위하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일까 상상해보며 대본을 공부했다"고 했다.
현실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부인 김건희 여사의 비리 특검 수사도 한창이지만, 이번 작품은 실제 정치 상황과는 동떨어진 '판타지 스캔들'이다. 앞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드라마 '드림하이2' 등을 쓴 김형완 작가가 6년에 걸쳐 집필했다.
이번 작품이 방송사 수목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업계의 이목도 쏠린다. 방송사들이 잇달아 평일 저녁 드라마 편성을 없앤 가운데, MBN에선 2022년작 '스폰서' 이후 약 3년 만에 수목드라마를 되살렸다. 수·목요일 오후 10시 20분 본방송.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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