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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입장벽 낮은 보톡스, 국가핵심기술 묶여 연 1000억 손실"

머니투데이 박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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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진입장벽 낮은 보톡스, 국가핵심기술 묶여 연 1000억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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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에서 열린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가  '국가핵심기술 제도의 타당성 검토-보툴리눔 톡신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29일 국회에서 열린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가 '국가핵심기술 제도의 타당성 검토-보툴리눔 톡신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일명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해야 한다는 데 학계와 업계가 한목소리를 냈다. 보안 목적보다 경제적·산업 경쟁력 측면에 손실이 훨씬 크다는 이유에서다.특히 보톨리눔 톡신 생산 기술은 이미 범용화돼 있어 국가핵심기술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K-POP을 필두로 K-뷰티의 세계 진출에도 속도가 붙는 가운데 국회와 정부가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관리되면서 수출 승인 절차는 평균 74일, 최대 12개월 이상 소요된다"며 "수출 지연에 따른 손실액이 연간 900억~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규제 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 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생명공학, 원자력 등 13개 분야에 총 76개 기술이 지정됐다.

/사진=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 발표 자료 캡처

/사진=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 발표 자료 캡처



보툴리눔 톡신은 지난 2010년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후 2016년 '보툴리눔 균주'가 추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외국에 수출하거나 합작투자(JV) 등을 진행하려면 산자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이라 보안 시스템, 인력관리, 보고 의무도 뒤따른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이 과거와 달리 생산 기술과 핵심 공정이 공개돼 이미 범용화된 기술이라는 점, 기존 규제 체계 내에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과잉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기술은 이미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고 관련 특허가 만료돼 누구나 쉽게 균주를 들여와 사업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고유의 독보적인 기술이 아닌데 왜 해외 유출을 방지해야 하는 기술로 보호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건국대 의대 이승현 교수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실제 전 세계 15개국, 30개 이상 기관·기업이 균주를 보유하고 있고 이란, 러시아, 인도 등에서도 상업화 사례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18개 기업이 보툴리눔톡신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것도 '기술 장벽'이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지어 일개 대학 실험실에서도 보툴리눔 독소를 정제해 8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350㎖ 균주 배양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국내 기업도 해외에서 균주를 구입해 단기간에 제품을 생산해내는데도 이를 보유·수출할 때는 수많은 규제를 극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수출을 도와야 하는 정부가 역으로 가고 있다"면서 "낡은 규제가 이제 막 보툴리눔 균주를 연구하려는 새로운 벤처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테러 무기화' 가능성은 "산자부 통제가 아니더라도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등에서 엄격하고 복잡한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며 "바이러스성 생물 무기와 달리 해독제가 존재하고 열에 약한 특성 등을 기반으로 의료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과잉 조치'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산업계 등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29일 국회에서 열린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산업계 등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업계에서는 규제 장벽으로 인해 경쟁자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게 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낮춰 출시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다 해외 시장을 모두 뺏길 수 있다는 두려움도 감지된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보톡스' 글로벌 시장은 올해 약 12~16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기업 수출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시민교육연합 이상수 대표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다"며 "국가핵심기술 지정 과정에 업계 의견 수렴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이를 지정·심의하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는 명단과 회의록 공개도 하지 않은 채 '깜깜이 행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18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이달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가핵심기술에 지정돼 해외 협력 제약과 수출 및 시장 개척 지연이 체감됐다는 응답이 30%(중복응답)로 가장 높았다"며 "관련 위원회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별적으로 핵심 공정을 보호하면서 규제 개선, 지원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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