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연구원 박영진 박사팀, 노년층 90명 대상 실증
- 웨어러블 기기 착용 후 간단한 문제 풀이만으로 진단
- 웨어러블 기기 착용 후 간단한 문제 풀이만으로 진단
연구진이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AI 기반의 발화 및 뇌파 분석 기술’을 활용해 경도인지장애 선별 검사를 하고 있다.[한국전기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치매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및 글로벌 보건 위기다. 현재 확실한 치매 치료제가 없는 상황 속, 지역사회에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의 조기 선별 및 적극적인 치료 관리는 치매 유병률을 낮출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 청각인지뇌기능진단연구팀의 박영진 박사팀은 일상에서 간편하게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하여 경도인지장애를 선별할 수 있는 ‘AI 기반의 발화 및 뇌파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이 저하된 상태지만, 일상생활은 유지 가능한 치매의 전 단계다.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대상자를 지역사회에서 조기에 선별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으면,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치매 인구 및 유병률을 낮출 수 있어 국가 재정 부담의 경감뿐만 아니라 개인적·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검사 방식은 치매안심센터 등을 직접 방문해 지필 및 문답 중심의 검사(인지선별검사, CIST)를 받아야 하며, 접근성과 신뢰도가 낮아 조기 선별이 쉽지 않다.
연구팀은 간단하게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발화를 유도하는 문제에 응답하는 것만으로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먼저 검사 대상자는 이어폰 형태의 간편한 넥밴드형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모니터를 이용해 음성과 화면 기반의 ‘5종 발화/뇌파 수집 과업’을 수행한다.
화면은 노년층의 디지털 문해력과 시청각의 불편함을 고려해 24인치 큰 모니터로 구성되며, 웨어러블 기기의 도움으로 일상 소음 환경에서도 대상자가 집중하여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 기기로 수집된 발화/뇌파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멀티모달 AI 기술’이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을 판별한다. 해당 AI는 한국 노년층의 음성과 텍스트 데이터 학습을 통해 KERI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AI 기반 경도인지장애 선별에 사용된 ‘발화 및 뇌파 수집 웨어러블 기기’.[한국전기연구원 제공] |
특히 어르신들은 발음이 불분명하고, 사투리를 쓰거나, 난청으로 질문을 잘 듣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은데, 공동 연구팀은 정확도 97% 이상의 음성 인식기를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발화만으로 판별이 어려웠던 부분은 뇌파 측정 정보로 보완했고, 결과의 신뢰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 공동 연구팀은 서울강서구치매안심센터, 안산상록구노인복지관, 서울대 청각평형교육센터에 방문한 노년층 90명(경도인지장애 진단 환자 25명, 정상인 65명)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민감도(환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비율) 72%, 특이도(병이 없는 사람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비율) 90.8%를 기록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경도인지장애 선별 정확도는 85%가 나왔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사람을 대상으로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판별하는 것은 고난도 기술이며, 관련 결과로 국내외 특허 출원까지 마쳤다.
무엇보다 해당 방식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반복적인 검사가 가능하며, 평균 15회 정도의 질문에 대해 응답하는 간단한 과정만으로 경도인지장애 선별이 가능해 ‘일상 속 조기 선별’을 현실화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다.
박영진 박사는 “65세 이상 정상인의 연간 치매 진행률은 1~2%에 불과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매년 10~15%가 치매로 발전, 6년간 추적 시 무려 80%까지 치매로 진행된다”며 “곧 발표될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는 첨단 과학기술을 적용한 경도인지장애 고위험군 선별 및 적극 치료 추진 등 치매 유병률을 낮추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기술 지원과 계획 마련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