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지배의 이상적인 신민은 확신에 찬 나치나 확신에 찬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사실과 허구 사이의 구분(즉 경험의 현실성), 진실과 허위 사이의 구분(즉 사유의 기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리베카 솔닛 ‘오웰의 장미’
김윤철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연극평론가 |
우리는 전체주의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의심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네 편’의 이야기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내 편’의 이야기도 의심해야 한다. 스나이더의 말을 좀 더 인용해 본다. “의심은 건전하고 바람직하다. 의심하면 신중해진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 겸손해지고 대안적 관점에 대해 너그러워진다. 의심은 광신의 예방약이다. 의심하는 세계는 더 나은 세계다.”
유튜브의 선동적 음모론이 난무하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의심할 필요를 일깨워 준다. 좌우, 선악, 흑백 등 조작된 주장들에 여과 없이 노출되는 현대인들. 그 위험하고 불안하고 초라한 존재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지킬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진실, 정의, 공의를 회복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미없어도, 지겨워도 할 수 없다. 예술이, 특히 연극이 진실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에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김윤철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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