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 ‘세잔의 해’ 맞아 대규모 전시
세계 주요 미술관 소장품 한자리에 감상
전시 이후 세잔 영감의 장소 직접 탐방 가능
세계 주요 미술관 소장품 한자리에 감상
전시 이후 세잔 영감의 장소 직접 탐방 가능
전시 개장 첫날, 몰려든 사람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프랑스 남부 도시 엑상프로방스는 화가 폴 세잔(1839-1906)의 출생지다. 그런데 놀랍게도 1984년까지 이 도시에서 세잔의 작품을 볼 수 없었다. 세잔이 세상을 떠난 당시 그라네 미술관(Musée Granet) 관장이 “그 어떤 세잔의 작품도 이 미술관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상황은 달라졌다.
‘세잔의 해’ 맞은 프로방스 지역
입장권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지난 6월 28일, 프로방스에서 ‘세잔의 해(Year of Cezanne)’가 막을 올렸다. 왜 하필 2025년일까. 세잔의 생애와 직접 관련은 없다. 엑상프로방스 시는 세잔 유산 복원이 마무리되는 지금이 의미 있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관 입구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그라네 미술관에서 개막한 국제 특별전 ‘세잔 오 자 드 부팡(Cézanne au Jas de Bouffan)’은 세잔의 예술 여정에서 핵심이 된 공간, 가족과 40년을 함께하며 작업을 이어간 공간 ‘자 드 부팡 바스티드(별장)’에 초점을 맞췄다. ‘자 드 부팡’은 세잔에게 집 이상의 공간이었다. 전시 첫날, 여행플러스가 현장을 찾았다.
엑상프로방스의 햇살 아래 서면 누구나 세잔의 시선을 떠올리게 된다. 1860년부터 1899년 사이 자 드 부팡에서 그려진 유화, 수채화, 드로잉 130여 점이 이번 전시를 채운다. 프랑스 오르세, 스위스 바젤, 미국 시카고·뉴욕·로스앤젤레스, 영국 런던,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온 작품들이 모였다. 세잔 애호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자리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 이어진다.
눈으로 보고, 발로 걷고, 감각으로 느끼는 전시
“저 벽화 직접 그렸다고?” 미술관에 들어서면 세잔이 직접 살았던 대저택의 거실 ‘대살롱’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치 그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온 ‘신문을 읽는 아버지’ 초상화 앞에 서면, 그 크기와 존재감에 압도당한다.사계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전시는 풍경, 인물, 자화상, 목욕 장면, 정물화로 이어진다. 대살롱 마지막 지점에 다다르면,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신문 읽는 아버지’ 초상화가 사계 연작 중앙에 걸린다. 이어지는 방의 축선, 수직으로 마주한 벽에는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소장 또 다른 아버지 초상화가 자리한다.
‘신문 읽는 아버지’ 초상화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다음 전시실은 세잔의 우정과 가족을 담은 대형 공간. 주로 젊은 시절의 작품이 모였다. 위층은 풍경으로 채워졌다. 자 드 부팡, 그 주변, 그리고 생트 빅투아르 산(Sainte-Victoire). 프라하 국립미술관에서 온 ‘바스티드 뒤 자 드 부팡과 인접 농가(The Bastide du Jas de Bouffan with the farm next to it)’는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세잔이 자 드 부팡에서 남긴 풍경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마주하면 그 붓터치와 색감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전시를 보고 있는 사람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세 번째 방에는 판화, 드로잉, 수채화가 이어진다. 세잔 수채화의 힘과 섬세함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다. 여섯 점의 자화상도 걸려 있어 시기별로 어떻게 자신을 그려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정물화 전시실의 하이라이트인 ‘위커 바구니가 있는 정물화’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건너온 보물이다. 이 작품 앞에서 사진 한 장은 필수다.
누드와 목욕하는 사람들 테마의 전시실은 세잔이 인체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작품에 날짜나 서명을 남기지 않았던 세잔의 미스터리한 작업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 드 부팡을 넘어서’ 섹션에서는 비베뮈 채석장과 벨뷰 농장 풍경이 기다린다. 특히 벨뷰 농장의 기하학적 구성은 마치 현대적 건축물처럼 보이며 훗날 등장할 입체주의의 씨앗을 보는 듯하다.
미술관에서 세잔의 세계로 직행
전시 개장 첫날, 몰려든 사람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
엑상프로방스에서 이 전시를 보는 가장 큰 매력은 미술관을 나온 뒤 곧바로 세잔이 그림에 담았던 장소들을 직접 걸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장에서 본 자 드 부팡의 정원을 거닐고, 비베뮈 채석장의 오렌지빛 바위 사이를 탐험하며, 세잔이 즐겼던 것과 같은 로컬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이런 경험은 세잔 작품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게 한다.
관람 전 알아둘 점도 있다. 보안과 티켓 확인 절차가 까다로워 예약한 입장 시간 최소 30분 전에는 체크포인트에 도착해야 한다. 체크포인트는 그라네 미술관 입구 옆 생 장 드 말트 광장에 있다. 줄을 서기 전 근처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기면 더 여유롭게 전시를 맞이할 수 있다. 온라인 사전 예약은 필수다.
※취재 협조 = 프랑스 관광청, 에어프랑스, 프로방스 알프 코트다쥐르 관광청
엑상프로방스(프랑스)=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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