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고 우려 새만금공항 만들지 말라는 법원판결 수용해야"
"항소는 국토부가 국민 안전 내다 버리는 것…갯벌 보존해야"
"항소는 국토부가 국민 안전 내다 버리는 것…갯벌 보존해야"
[※ 편집자 주 = 법원이 오는 11월 착공 예정이던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에 대해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늘길이 곧 열릴 것'이라고 기대해온 전북도와 지역 국회의원, 재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번 소송의 원고였던 환경단체는 이를 '생명권을 중시한 판결'이라고 평가하며, 항소를 제기한 국토교통부를 연일 규탄하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사안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를 돕기 위해 찬반 진영에서 꾸준히 일해온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 보도합니다.]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갯벌이 놀이터였습니다. 제 놀이터는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 계속 싸우는 겁니다."
지난 26일 휴대전화 너머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의 목소리가 한 차례 더 굵어졌다.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 |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갯벌이 놀이터였습니다. 제 놀이터는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 계속 싸우는 겁니다."
지난 26일 휴대전화 너머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의 목소리가 한 차례 더 굵어졌다.
그는 새만금국제공항 건설 계획을 취소하라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의 1심 판결을 이끈 이들 중 한명이다.
이번 소송에서 김연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공동대표와 김지은·구중서 공동집행위원장, 김나희 활동가 등도 각자 핵심적인 역할을 했는데, 오 단장은 새만금국제공항 부지이자 철새 서식지인 수라갯벌의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오 단장은 "수라마을 앞의 수라갯벌은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워 (제가) 붙인 이름인데, 이처럼 그 어떤 예술작품보다 아름답고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이 갯벌을 파괴하면서까지 공항을 짓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역설했다.
20년 넘게 묵묵히 수라갯벌을 조사하고 기록해온 그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라 걷기 체험'을 진행하며 이곳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데 한몫했다.
그러던 중 2023년 각종 철새와 흰발농게, 매자기(갈대처럼 생긴 습지 식물) 등 새만금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찍어 개인 사진전을 열었고, 같은 해 새만금간척사업으로 터전을 잃은 생명체들과 어민들, 갯벌의 소중함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 아들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오 단장은 "군산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갯벌, 물새를 좋아했다"며 "특히 새만금 방조제가 지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고, 그때 새만금을 살리기 위해 운동을 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0년까지만 해도 도요새가 새만금 전역에 정말 많이 왔다. 하지만 방조제가 완공된 뒤인 2013년 이후에는 급감했다"며 "생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환경 파괴가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16 전투기와 민물가마우지 충돌 |
특히 오 단장은 2021년 10월 군산공항 활주로로 향하는 F16 전투기가 민물가마우지와 충돌하는 사진을 찍어 조류 충돌 위험성을 알리기도 했다.
오 단장은 "그 당시 조류 충돌 모습을 담은 유일한 사진이었다"며 "사람처럼 새들도 아침에 먹이터로 이동을 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 터로 다시 옮긴다. 당시 새들이 움직이는데 비행기가 내려오길래 충돌 위험성이 있겠구나 싶어서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류 충돌은 공군기지마다 자주 나타나는 사례"라며 "인명피해가 매우 컸던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온 국민이 조류 충돌에 대해 충격을 받게 됐고, 그 위험성을 느끼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조류 충돌 위험성은 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핵심 이유 중 하나였다.
판결 설명 자료를 보면 새만금공항의 연간 예상 조류 충동을 횟수는 이 사건 사업부지 반경 13㎞ 기준 최대 45.92930회로 인천공항 2.9971회, 군산 0.04846회, 무안국제공항 0.07225회에 비해 적게는 수십 배에서 최대 수백 배에 달한다.
오 단장은 "이번 법원 판결은 무안공항과 똑같은 조류서식지인 새만금에 공항을 세우면 큰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만들지 말라는 의미"라며 "이런 위험성을 무시한 국토교통부의 항소는 국민의 안전을 내다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할지라도 정치가 모든 걸 삼켜버리는 경향이 크다"며 "그래선 안 된다. 정치인이 과학적 수치를 따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라갯벌 |
오 단장은 앞으로도 새만금국제공항 백지화를 위해 싸울 계획이다.
특히 그는 강 하구였던 새만금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새만금은 완주에서 발원한 만경강과 정읍·김제를 통과하는 동진강이 만나는 강줄기였는데,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강 하구가 막혔기 때문이다.
오 단장은 "새만금이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하구를 평생 닫아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새로운 새만금개발계획은 새만금이 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이를 살리는 방식으로 다시 짜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새만금 수문 개방이라는 게 오 단장의 생각이다.
현재 행정당국은 매립 등을 위해 새만금 내부 호수 수위를 해수면보다 1.5m 낮게 유지하고 있다.
오 단장은 "수문을 열어놓으면 물이 차서 수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문도 상시 개방하지 못하고 있다. 1.5m 관리 수위를 폐기해야 한다"며 "모든 자연은 자연 스스로가 관리하는 개념으로 가야 한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관리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번 1심 판결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대의 변화된 관점을 재판부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시대적 변화를 정치권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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