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4일 경남 진주시에서 치킨 배달을 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인스타그램 갈무리. |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증인 신문 출석 요구를 거부하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돌연 치킨 배달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2일부터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진행 중인 ‘민심경청로드’ 일환으로 직접 치킨 배달에 나선 것이다. 전 당대표의 ‘나홀로 민심 행보’에 국민의힘에서는 “내년 선거를 준비하느냐”는 등 시선이 곱지 않다.
한 전 대표는 26일 본인 페이스북에 경남 거제시 거제포로수용소 내 카페를 방문한 사실을 공개하며 “카페 사장님으로부터 거제 경기 상황, 늘어나는 외국인 문제에 대한 우려, 조선 회사는 잘 되어도 거제 경기에 도움이 잘 안 되는 이유, 좋은 정치 당부 등 말씀을 경청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같은 날 거제의 대형조선소에서 일하는 30대 노동자들을 만나, 조선소의 노동 환경 등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진주, 창원 등을 지역을 누비고 있다. 지난 24일 경남 진주에서는 한 치킨 가게에서 치킨 포장 박스를 접고 직접 치킨을 배송지 문 앞까지 배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역 경상국립대학교를 찾거나 지역 자영업자, 청년 창업가, 중년 기업인 등을 만나 지역 민심을 청취했다. 한 전 대표는 이따금 거제 폐조선소 ‘세웅 골리앗' 앞에서 유튜브 생방송을 진행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 22일 경남 거제시 폐조선소 ‘세웅 골리앗’ 앞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 유튜브 갈무리 |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대표의 나홀로 투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당내 의원들이 2주 연속 장외집회를 여는 등 대여 투쟁에 화력을 모으고 있는데 투쟁 대열에서 이탈해 혼자 내년 재보궐 선거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영남권 한 의원은 한겨레에 “한 전 대표가 잊혀지지 않으려고 라방(라이브방송)을 하다가 이제는 민심 투어까지 한다”며 “이런 활동을 하더라도 대여투쟁 상황을 고려해 하면 좋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 선거에서 한 전 대표의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전 대표가 이번 투어를 핑계로 특검의 출석 요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한 전 대표가 진주에서 치킨 배달을 한 지난 24일은 특검팀이 한 전 대표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한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이었다. 한 전 대표는 이런 의구심에 대해 지난 24일 시비에스(CBS) 라디오에서 “저에게 이렇게 집착하는 거는 진실 규명보다 보수를 분열시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친한동훈계에서는 단순한 민심 경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동아일보 유튜브에서 “엘리트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굉장한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해서 그런 부분들을 보강·보충(하려는 취지)”이라며 “민생으로 들어가 경청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한겨레에 “정말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간 것 뿐”이라며 “한 전 대표가 뭘 해도 비판의 목소리는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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