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홀딩스 자회사인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가족 간 법적 공방에서 장남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승기를 잡았다. 26일 콜마홀딩스는 콜마BNH 임시 주주총회에서 윤 부회장과 윤 부회장의 측근인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BNH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날 세종시 조치원읍 세종테크노파크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시 주총은 지난 7월 대전지방법원이 내린 주총 소집 허가 결정에 따라 진행됐다. 주총에 부친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과 장남 윤 부회장, 장녀 윤여원 콜마BNH 대표 등 오너 일가는 불참했다. 윤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출석 주식 수 중 69.9%, 발행 주식 총수의 46.9% 찬성으로 전격 의결됐다.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올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갈등은 윤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지주사 콜마홀딩스가 윤 대표가 맡은 건강기능식품 자회사인 콜마BNH의 사내이사를 선임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창업자인 윤 회장은 2019년 남매에게 지분을 증여하기 전 화장품 사업은 윤 부회장에게,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윤 대표에게 맡긴 바 있다.
이에 콜마BNH는 지주사의 사내이사 선임 시도를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며 반발했고, 콜마홀딩스 측은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 결정을 신청하며 강행했다. 콜마BNH는 임시 주총을 저지하려 가처분 소송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딸 편을 든 윤 회장이 장남에게 증여한 주식 230만주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함께 제기하면서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윤 회장과 윤 대표는 여러 건의 가처분 신청을 내 임시 주총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이날 주총이 열리면서 수 개월간 이어진 법적 공방이 일단락됐다.
이날 주총 의결에 따라 콜마홀딩스 측은 콜마BNH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다. 콜마BNH 이사 8인 중에서 콜마홀딩스 측 인사는 윤 부회장과 이 전 부사장을 포함한 5명, 콜마BNH 측 인사는 윤 회장과 윤 대표를 포함해 3명이다.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의 대주주로서 의결권을 포기하더라도 콜마홀딩스 측이 '4대3'으로 우위를 갖게 된다. 윤 대표의 임기는 2027년 3월 만료되지만, 업계에서는 그를 대체할 대표이사 선임을 다음 수순으로 보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다음 과제로 제시했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앞으로 포트폴리오 전환과 전문경영인 체제 복원을 통해 콜마BNH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재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대표 교체를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표는 2020년부터 콜마BNH 대표를 맡고 있다. 콜마BNH는 2022년 잠시 경영전문가를 공동대표로 영입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윤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콜마그룹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윤 회장이 윤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 주식 230만주에 대한 반환 청구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다. 첫 심문 기일은 다음달 23일 열린다. 통상 증여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은 길게는 1년 반 이상 소요된다.
윤 회장이 주식 반환 소송에서 승리한다면 콜마홀딩스 최대주주에 올라 콜마홀딩스와 콜마BNH 경영권을 다시 가져오는 시나리오도 여전히 가능하다. 현재 콜마BNH의 최대주주는 콜마홀딩스(44.63%)이며, 윤 대표와 윤 회장이 보유한 콜마홀딩스 지분은 각각 7.6%, 5.59%에 그친다. 하지만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주식에 대해 법원이 반환 판결을 내릴 경우 윤 회장이 콜마홀딩스 주식 23.2%를 돌려받아 1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윤 회장과 윤 대표, 윤 부회장은 최근 경영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측이 아직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콜마BNH 측은 임시 주총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 3건을 주총 전날인 지난 25일 오후에야 취하했다. 콜마BNH는 전날 소송 취하 건과 관련해 "가족 간 협의가 진행 중이며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윤여원 대표가 제기한 소송은 취하했다"면서도 "(진전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전달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세종 이유진 기자 / 서울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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