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모습이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은 전날 검찰청을 해체하고 검찰의 기소 및 중대범죄 수사 기능은 신설되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2025.09.08. ks@newsis.com /사진=김근수 |
참여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의 개혁 대상 1호는 언제나 검찰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위임받지 않은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것을 문제로 봤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검찰 수뇌부의 힘을 빼고 개별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통해 검찰의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으로 검찰 권력에 대한 통제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두 정부 모두 검찰 개혁에 실패했다. 전 정부에서도 검찰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못했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다.
두 차례 실패에서 교훈을 얻은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탄생과 동시에 검찰청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실행되면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기존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나뉜다. 민주당의 20년이 넘는 검찰 개혁 시도는 검찰청 해체로 마침표를 찍는 것일까.
우리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이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때에는 신속히 조사하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238조) "검사가 고소 또는 고발에 의하여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고소 또는 고발을 수리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257조)고 규정하고 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고 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수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 형사소송법 규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 사건 처리 속도가 심각하게 느려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형사 사건 전문 변호사는 "접수된 사건이 언제 처리되는지 알 수 없어 피해자가 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가 늦어지면서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한 이후에도 보복 범행이 일어나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청이 해체되면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찰, 공수처, 중수청으로 수사가 분산되고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면 내 사건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변호사는 "검찰 개혁 청문회에 참석한 정치인 중 누구도 수사기관의 신속한 수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라며 "지금 추진되는 검찰 개혁에 권력자가 아닌 일반 범죄 피해자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국가 형사사법 절차의 목적은 범죄자 처벌에만 있지 않다. 늦어지는 피해자 보호와 피해 회복을 단순히 개혁으로 인한 사소한 부작용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지난 12일 '범죄 피해자가 바라는 검찰 개혁 세미나'를 열고 현재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검찰청의 존폐, 중수청의 소관 부처는 중요하지 않다. 신속한 수사를 통한 피해 구제가 필요할 뿐이다. 국민을 위한 진짜 검찰 개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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