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여당, 민주화유공자법 패스트트랙 지정…‘운동권 셀프특혜’ 논란에도 밀어붙여

중앙일보 김규태
원문보기

여당, 민주화유공자법 패스트트랙 지정…‘운동권 셀프특혜’ 논란에도 밀어붙여

서울흐림 / 2.8 °
여야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민주화유공자법 제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찬반 투표수가 재석(274명)보다 1장 많은 275장으로 집계된 게 발단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투표의 수가 명패수보다 많을 때에는 재투표가 원칙이지만 투표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재투표할 필요가 없다’는 국회법 조항을 인용해 개표를 강행하려고 했다. 그러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부정투표 아니냐” “재투표를 해야 한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송 원내대표는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의장석 앞까지 나가 삿대질을 하며 반발했다.

그러자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같은 행동으로 맞불을 놨다. 민주당 쪽 의석에서는 “조용히 해” “깽판치자는 거지 지금” “국민의힘이 한 것” 등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이 재투표에 반대 의사를 표하면서 상황은 투·개표를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됐다. 송 원내대표는 이후 “검표 과정에서 가부(可不)를 해독하기 어려운 투표 용지가 2장 나왔지만 우 의장이 가(可)로 인정, 180표로 가결 처리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운동권 셀프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민주유공자법은 민주당이 이날 공공기관운영법·공익신고자보호법·통계청법 개정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 4건 중 하나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서 법안 상정이 가로막히자 법안 처리를 최장 6개월 내에 끝낼 수 있는 빠른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체제 시위자나 중대범죄자까지 대거 유공자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민주화유공자법을 반대한다. 이 법안은 1964년 3월 24일 이후의 민주화운동 사망자나 부상자, 유가족을 유공자로 인정해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이 제정, 공포되면 4·19나 5·18처럼 별도의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는 유신 반대 투쟁(1970년대), 부마 민주항쟁(1979년), 6월 민주항쟁(1987년) 관련자 등이 유공자 예우를 받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 기준으로는 경찰 7명이 순직한 부산 동의대 사건이나 민간인을 감금·폭행한 서울대 프락치 사건 등의 가해자가 유공자로 둔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동의대 사건은 89년 3월 21일 사복 경찰 5명을 붙잡은 학생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 7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89년 서울대생들이 민간인을 감금·폭행한 사건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에선 민주화유공자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돼 폐기됐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동일 법안을 재차 발의했다. 민병덕 의원은 이날 찬성 토론에서 “민주유공자법은 단 829명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가보안법 등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적용을 배제한다’는 단서 조항을 강조하지만, 법안에는 ‘보훈부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민주유공자로 인정한다’는 예외조항도 있다.

민주당은 공공기관장과 대통령의 임기를 일치시켜 ‘알박기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 현재 기획재정부 장관 소속의 국가통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 국가통계데이터위원회로 개편하는 통계법 개정안, 공익신고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안도 패스트트랙에 태웠다.

김규태 기자 kim.gyutae@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