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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은 두 국가"라는 정동영…정부 내 대북 혼선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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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은 두 국가"라는 정동영…정부 내 대북 혼선 놔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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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연일 “남북은 두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대북 기조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이 “위헌적 발언”이라고 정면 반박해도 정 장관의 마이웨이는 멈출 줄 모른다. 북한을 다루는 정부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의 수장이 충돌하는 이상한 힘겨루기 양상이다. 핵위협이 고조되고 남북관계가 가뜩이나 험악한 상황에서 우리 내부의 엇박자는 북한이 더 고압적으로 나올 빌미만 줄 뿐이다.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입장 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정 장관은 25일 간담회에서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 두 국가”라며 “국민 다수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세미나에서도 “남과 북은 사실상 두 국가 형태로 존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김 원장은 “국사를 다시 써야 되고 헌법에도 맞지 않는 아주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직격했다. 이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두 국가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 장관은 2005년 6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두 시간 넘게 독대한 전례가 있다. 북한에 대한 그의 열정과 전문성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다만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면 과욕일 뿐이다. 그는 2018년 판문점선언의 부속문서인 9ㆍ19 군사합의 복원을 주장해왔다. 반면 판문점선언이 추구하는 통일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두 국가론은 통일과 양립할 수 없다. 더구나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장관이 통일을 앞장서 부정하는 건 납득이 되지 않는다. 30년간 통일부에 몸담아온 김 원장이 일주일 전 정 장관의 두 국가 발언을 “반민족 행위”라고 거칠게 비판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은 대남 핵 선제공격을 서슴없이 위협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줄곧 ‘적대적 두 국가’를 외치며 한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상황이다. 우리까지 두 국가 주장에 장단 맞출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대북 인식을 놓고 서로 치받는 모양새는 볼썽사납다. 이재명 정부 들어 남북관계는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