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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해 처음 실시된 고교학점제의 한 축인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업무 폭증을 호소하며 제도 폐지를 요구한 교사들의 불만을 일정 부분 수용하면서도 제도 기조는 유지한 것이다. 최성보는 기준 학력 미도달 학생을 대상으로 예방·보충 수업을 통해 학력 수준을 끌어올리는 제도다. 공교육이 학력 부진 학생에 대해 제도적으로 대응에 나선 건 최성보 제도가 사실상 처음이다. 교육 단체 반응은 엇갈린다.
교육부, 교사 부담 일부 완화해주기로
교육부가 25일 발표한 ‘고교학점제 운영 개선 대책’의 핵심은 학력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방·보충 지도 시수 감축이다. 현재는 1학점당 5시수를 편성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3시수 이상’만 해도 된다. 예컨대 4학점 과목은 현재는 예방·보충 수업을 총 20시수를 편성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12시수만 해도 된다. 교사들로선 수업 부담이 약 40% 줄어드는 셈이다.
교사들의 출결 관리,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부담도 덜어줬다. 우선 출결 처리 권한이 과목 담당 교사와 담임 교사에게 동시 부여된다. 지난해까지는 과목 담당 교사가 출석부에 출석을 기재하면 담임이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올해부터 출결 처리 권한이 과목 담당 교사에게 넘어가면서 오히려 업무 체계가 복잡해졌다는 게 교사들의 불만이었다. 국어·영어·수학 등의 공통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기재 분량을 현재 학생당 1000자(1·2학기 과목 합산 기준)에서 500자로 줄이고, 마감 시한 또한 학기 말에서 학년 말로 바꿨다. 이외에도 교강사 인력 증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저성취 학생 겨냥 첫 공교육 대응, 실적은?
최성보는 이른바 교실에서 ‘잠자는 학생’ 취급 받아온 저성취 학생에 대한 공교육의 제도적 첫 대응이다. 대학 입시라는 강력한 구속력 탓에 교실이 성적 중상위권 학생 중심으로 운영돼온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제도란 뜻이다.
이날 교육부가 대책 발표와 함께 공개한 ‘올해 1학기 학점이수 기준 미도달·미이수 현황’에는 그 실적이 잘 담겨 있다. 이를 보면, 전국 고교 2429교, 1학년 4만21809명 가운데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을 뜻하는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은 전체의 7.7%인 3만2414명이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최성보 제도에 따라 예방·보충 수업을 받아 과목 이수에 성공했다. 학점 이수에 실패한 학생은 2489명(0.6%)에 그친다.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 10명 중 9명은 현장 교사들의 지도와 보충 수업에 따라 학력을 끌어올렸다는 뜻이다.
“유감” “환영”…엇갈리는 현장 반응
고교학점제 전면 폐지를 요구해온 전교조·교사노조·교총 등은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낸 공동 입장문에서 “미이수제와 최소성취 수준 보장지도 문제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당장 개선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학생 낙인이나 학교 이탈을 부추기는 등 역효과를 불러온 미이수제와 최성보는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교육부는 예방·보충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력 미달 기준(출석률 3분의 2, 학업성취율 40%) 변경 등은 국가교육과정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논의를 국교위로 넘겼다.
반면 고교학점제 제도의 취지에 공감해왔던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도 입장문을 내어 “정책 기조를 유지한 정부 대책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런 상황에도 (고교학점제) 폐지를 주장한다면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선 최성보 제도를 좀 더 내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초·중학교에서 누적된 학습 결손을 예방 지도와 보충수업으로만 메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적어도 중학교 과정부터 촘촘한 최성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열쇳말
고교학점제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대상으로하는 최저 성취수준 보장 지도와 진로와 적성에 맞게 학생이 듣고 싶은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선택 과목제로 구성된다. 최저 성취수준 보장 지도는 올해 고1을 대상으로 우선 전면화됐으나 선택 과목제는 내년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화된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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