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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는 지역경제 생명줄”... 봉화 산골 주민들의 절박한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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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는 지역경제 생명줄”... 봉화 산골 주민들의 절박한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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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태백 500여 주민 "이전 반대" 항의 시위
지역경제 타격, 인구감소, 공동체 소멸 우려
환경보전, 지역경제 '두 마리 토끼' 잡아야


경북 봉화 및 강원 태백 주민들이 25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주관의 시위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동투쟁위 제공

경북 봉화 및 강원 태백 주민들이 25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주관의 시위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동투쟁위 제공


25일 인구 2,000여 명의 작은 산골 마을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좁은 도로가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로 메아리쳤다. 평소 고요하기만 한 이곳에 봉화와 인근 강원 태백 주민 500여 명이 모여들어 “영풍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목놓아 외쳤다. 이날 집회는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가 개최한 첫 총궐기였다. 시위에는 봉화 전역 주민과 태백 시민, 지역 상인들이 대거 참여했고, 무대에 오른 주민들은 하나같이 “제련소 이전은 곧 마을의 소멸”이라고 외쳤다. 한 주민은 마이크를 잡고 “여기 공장에 생계를 의지하는 주민이 수두룩한데 대책도 없이 이전만 강요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고 호소했다.

국내 유일의 납·아연 제련소인 석포제련소를 둘러싸고 환경오염 논란에 따른 이전 및 폐쇄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주민들이 지역 경제와 공동체 사수를 외치며 반발하고 나서 합리적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봉화군 등에 따르면 석포제련소는 1970년대 가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석포와 봉화, 그리고 인근 태백 경제를 떠받쳐왔다. 지역에서 꼽히는 대규모 사업장이자 일자리의 보고다. 하지만 이곳은 수십 년간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일에도 안동시의회가 제26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폐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고, 지난 7월에는 김성환 환경부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석포제련소의 이전 가능성과 노동자 대책 등을 종합 검토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북도는 지난해 제련소 부지이전 태스크포스를 꾸린 데 이어 최근 ‘석포제련소 이전 타당성 조사 및 종합대책 용역’에 착수하면서 앞으로 1년 동안 비용 추산, 후보지 발굴, 오염지역 복원 방안까지 검토할 계획이다.

경북 봉화 및 강원 태백 주민들이 25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주관의 시위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동투쟁위 제공 공동투쟁위 제공

경북 봉화 및 강원 태백 주민들이 25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주관의 시위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동투쟁위 제공 공동투쟁위 제공


주민들의 걱정은 현실적이다. 인구 3만 명이 채 안 되는 소멸위기 지역인 봉화에서 젊은층은 이미 떠났고,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제련소가 사라질 경우 남은 경제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것이다. 주민들은 과거 탄광 폐쇄로 도시가 급속히 쇠락한 태백의 사례를 거듭 언급했다. “일자리 잃으면 인구도 잃는다”는 구호가 현장에 반복해 울려 퍼진 이유다.

주민들에게는 제련소 이전 및 폐쇄 논의가 '탁상공론'으로 들린다. 지역경제 및 공동체의 존속 여부가 고려되지 않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한 상인은 “관광이나 농업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하다. 공장을 없애면서 ‘살 길을 찾으라’는 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련소 이전 논의는 환경과 생존권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오염의 주범이라며 강력히 이전을 촉구하고, 주민들은 생계와 공동체 유지를 위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낙동강 상류의 제련소는 과거 수 차례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였으나 현재는 오염 여부를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석포제련소는 2021년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에 쓰는 물을 100% 재활용하고 있고, 낙동강 유입을 막기 위한 삼중 차단 차수벽도 설치했다. 영풍 측은 가능한 지역부터 토양정화도 하고 있다.

이에따라 환경개선을 위한 실질적 대안과 지역민 보호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제련소에 생계를 의지하는 주민들이 적잖은데 일부 정치권에서 이전 및 폐쇄 주장을 하는 것은 '지역소멸'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련소가 환경대책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방향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봉화 및 강원 태백 주민들이 25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주관의 시위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동투쟁위 제공. 공동투쟁위 제공

경북 봉화 및 강원 태백 주민들이 25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지에서 '영풍 석포제련소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주관의 시위에서 석포제련소 이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동투쟁위 제공. 공동투쟁위 제공


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