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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셀프 배당' 공수처 부장검사 위증 사건, 무죄 취지 보고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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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셀프 배당' 공수처 부장검사 위증 사건, 무죄 취지 보고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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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진 前 부장검사, 작년 8월 ‘국회 위증 혐의’ 피고발
사건 담당 검사 이동⋯지난해 말 송창진 부서로 재배당
해병특검, 공수처 윗선의 ‘사건 고의 지연 의혹’ 수사중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현판이 나무 사이로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현판이 나무 사이로 보이고 있다.


송창진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사건을 박석일 전 공수처 수사3부장이 처음 맡아 무죄 취지의 보고서까지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송 전 부장검사 부서에 사건을 '셀프 배당'하기 전에, 이미 죄가 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특검은 두 전직 부장검사를 포함해 오동운 공수처장을 비롯한 윗선이 위증 사건 처분을 고의로 지연시킨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순직 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은 최근 박 전 부장검사가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사건과 관련해 작성한 무죄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관련해 위증한 혐의로 고발됐다.

그는 당시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언제 이 전 대표가 이 사건에 연루됐는지 알았나"라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공익신고자가 와서 조사받기 전엔 이 전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가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수사받던 이 전 대표의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그의 증언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난해 8월 공수처에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을 박 전 부장검사가 이끄는 수사3부에 처음 배당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위증 혐의를 받는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한 뒤 같은 해 10월 공수처를 떠났다.

이후 수사3부에서 사건을 맡았던 검사는 지난해 말 송 전 부장검사가 이끄는 수사2부로 자리를 옮겼다. 피혐의자가 부장으로 있는 부서로 사건이 재배당된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송 전 부장검사는 이미 사의를 표명해 퇴직이 예정된 상태였다"며 "사건은 부장에게가 아니라 담당 검사에게 배당되는 것으로, (송 전 부장검사는) 사표 제출 뒤에는 연차를 쓰는 등 사실상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민영 특검보가 7월 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팀 브리핑룸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가 7월 7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팀 브리핑룸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7월 24일 사건을 이첩받은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뿐 아니라 공수처가 그의 범죄 혐의를 무마하려 했는지도 함께 살피고 있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달 2일 정례 브리핑에서 공수처가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대검에 통보하지 않은 정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25조 1항은 공수처장이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공수처는 송 전 부장검사 고발 사건을 접수한 뒤 1년가량 이를 대검에 알리지 않았다. 정 특검보는 "공수처가 이 사건을 계속 다른 곳(대검)으로 넘기지 않고 보유한 부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법 조항에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대검에 통보해야 한다는 기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곧바로 비위 혐의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박 전 부장검사가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와 사건 재배당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오 처장 등 윗선이 이를 인지하고도 무마했는지, 대검에 알리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도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9일 전직 공수처 부장검사 3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현직인 이대환 부장검사와 차정현 부장검사의 공수처 사무실뿐 아니라 공수처장과 차장의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무죄 취지의 보고서가 작성됐는데 사건이 다시 배당된 것은 이례적이며, 피의자인 송 전 부장검사의 부서로 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실관계를 더 살펴봐야겠지만 직권남용이나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 경우에 따라 공수처장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조소현 기자 (soh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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