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개봉 영화 '보스' 리뷰
'보스' 스틸 컷 |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는 '조폭 영화'의 전성기였다. 특히 '넘버3'(1997)나 '조폭마누라'(2001) '가문의 영광'(2002) 같은 '조폭 코미디 영화'가 큰 인기를 누렸다. 그 덕에 '조폭' 캐릭터는 방송 등에서 여러 패러디를 낳으며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한, '한국 영화' 하면 떠올릴 만한 흔하디흔한 직업군이 돼버렸다. 그 사이 한국 영화는 'K무비'라는 새 별칭으로 불리며 글로벌한 위상을 얻게 됐고, '조폭'이라는 직업 역시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변주돼 관객들을 만났다.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보스'는 지난 30여년간 한국 영화 속에서 반복돼 온 '조폭 코미디'의 클리셰를 살짝 비틀어 코미디의 소재로 활용한 작품이다. 이제 '조폭'이라는 직업은 4차산업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상황. '보스'는 그런 가운데 억지로 보스 역할을 떠맡게 될, 위기에 처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그려내 눈길을 끈다.
영화는 1999년, 용두시를 접수한 식구파의 전설을 그리며 시작한다. 순태(조우진 분)와 강표(정경호 분), 판호(박지환 분)는 두목(이성민 분)을 따라 경쟁 조직들을 모두 이기고 낙원 호텔을 인수, 용두 지역에서 가장 위세를 떨치는 조직이 됐다.
'보스' 스틸 컷 |
'보스' 스틸 컷 |
그리고 20년 넘는 시간이 흐른 현재 시점. 두목으로부터 가장 신임을 받는 넘버2 순태는 프랜차이즈 중국집을 내기 위해 아내 지영(황우슬혜 분)와 함께 고군분투 중이다. 미미루의 주방장이기도 한 그는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는 일에 누구보다 남다른 열정과 즐거움을 느끼며, '조폭'인 아빠가 "쪽팔린다"는 딸의 말에 하루빨리 조직 생활을 정리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에만 몰두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순태가 조직을 나오기 힘들어하는 이유는 식구처럼 아꼈던 조직의 동생들과 큰형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결국 조직을 떠나겠다는 이야기를 한 그는 아내 지영과 해방감 속에 새출발을 꿈꾼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충격적인 소식이 닥친다. 자신의 새출발을 응원해 준 큰 형님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 큰형님의 초상을 치르고 난 뒤 조직의 원로들은 낙원 호텔의 재정적 위기를 해결하고 조직을 새롭게 이끌어 갈 보스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막 사표를 낸 순태가 보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순태의 보스 떠넘기기가 시작된다. 오래전부터 보스를 꿈꿨던 판호가 새 보스를 하겠다며 나서보지만, 식구들의 마음은 순태에게 향해있다. 순태는 판호의 보스 취임을 위해 애쓰지만, 투표에서는 모두의 신임을 받는 순태가 압도적으로 높은 표를 받게 된다. 그러던 중 과거 순태를 대신해 임무를 처리하고 학교(교도소)에 들어갔던 강표가 모범수로 석방되고, 그 역시 유력한 차기 보스 후보가 된다. 하지만 강표는 교도소에서 접한 탱고에 푹 빠져 무용을 배울 대학교에 들어가겠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순태는 이번에는 그를 보스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보스'는 90년대~2000년대 조폭 코미디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그 자체를 다시 한번 희화화해 웃음의 소재로 삼는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단순 무식한 캐릭터들, 캔의 '내생에 봄날은...' 같은 노래와 어울리는 남자들의 낭만적인 의리는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흘러간 시절에 대한 아련함을 자아낸다. 또한 '신세계'를 비롯한 누아르 영화의 클리셰인 언더커버 설정이나 '넘버3'나 '내부자들' 같은 영화를 패러디한 장면 등은 반가움을 안긴다.
'서울의 봄'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작품인 만큼, 조폭 영화나 누아르 영화에서 자주 봤을 법한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다수 출연했다. 주연인 조우진과 정경호, 박지환, 이규형뿐 아니라 고창석, 오달수의 존재감이 돋보이고, 특별출연한 이성민은 페이소스 깊은 연기로 영화 초반에 예상 못 한 무게감을 더한다. 이번 추석 시즌 개봉하는 가장 대중적인 상업 영화다. 상영 시간 98분.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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