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END 구상' 분석李대통령 'END 구상' 분석
남북 적대와 대결의 시대 종식
新 대북정책, 국제무대서 천명
北의 노골적 대남 적대기조에
남북관계 개선 가능할진 의문
전문가 "美와 공조 강화" 강조
北 대화 이끄는 것이 선결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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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미국)로이터 =뉴스1 |
이재명 대통령이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 냉전을 끝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은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실제 끌어내는 것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한미관계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상대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남북간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과 적대행위의 악순환을 끊어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3가지 원칙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제80주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정책의 방향성을 국제무대에서 재차 밝힌 것이다. 여기에 'END 이니셔티브'까지 더해 대북정책 구상을 좀더 가다듬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밤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END 원칙들은 과거 남북 간의 합의와 2018년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서도 강조된 원칙들로 우선순위와 선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남북대화와 미북대화 등을 통해 교류, 관계정상화, 비핵화 과정이 상호 추동하는 구조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감에 있어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두지 않음에 주목했다. 이는 '선(先)비핵화·후(後)지원'을 내세웠던 윤석열정부와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과거 선비핵화 기조에서 탈피해 먼저 교류와 신뢰회복 후 상호위협 감소를 한 후 또는 병행적으로 비핵화 관련 대화를 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북한으로 하여금 적대행위를 종식하게 하고 (북한이 느끼는) 체제안정 우려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핵화에 관한 대화 용의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북한이 이재명정부를 향해 핵포기 불가의지와 2개의 국가론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들이 따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더300에 "이재명 대통령이 큰 틀에서 대화를 여전히 강조했지만 문제는 이게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이라며 "한미동맹을 통해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미관계가 더 중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북미대화 재개 조짐도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위 실장은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긴 하지만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말씀드린다면 북미간 이렇다 할 논의가 있는 것같진 않다"며 "우리는 미국이 먼저 움직여 나가는 데 대해 지지하는 입장이다. 북한도 남쪽보다는 미국에 대해 덜 적대적인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의 공조를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능력 중단→축소→폐기' 등으로 이뤄진 '비핵화 3단계론'도 주장했다. 여기서 핵·미사일 능력 중단을 어떻게 검증할지도 숙제로 지적된다.
박 교수는 "동결과 중단은 다른 의미다. 동결은 핵시설이 특정되고 폐기를 검증하는 절차까지 포함하는데 그에 비해 중단이란 확대해석이 가능해 보인다"며 "이같은 비핵화 3단계론에 미국도 확실히 동의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간담회에서 "(핵 중단을) 어떻게 검증하느냐는 북한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기 때문에 앞으로의 숙제라 하겠다. 다만 저희가 '중단'이라 할 때는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스톱'(stop) 시키는 걸 말한다"고 설명했다.
뉴욕=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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