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는 모습. 연합뉴스 |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앞둔 시점이지만, 시장에선 폐점과 운영 축소를 ‘호재’로 받아들일 정도다.
호텔신라는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디에프(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한다고 공시한 이튿날, 1주당 장중 5만84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앞서 호텔신라는 ‘적자 운영’을 이유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며 지난 5월 민사 조정을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임대료 인하 결정을 받아냈지만, 인천공사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아예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호텔신라가 부담해야 할 위약금은 약 1900억원에 이른다.
사업 철수와 대규모 위약금 소식에도 시장은 이를 악재가 아닌 호재로 본 이유는 공항 면세점 철수로 연간 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적자 부담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한화투자증권은 매장 철수 시점인 오는 2026년엔 단기 불확실성이 불가피하지만, 그 이후 영업이익이 기존보다 연간 약 1천억원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목표 주가도 7만6천원으로 상향했다. 24일 기준 호텔신라의 종가는 5만5천원으로, 상승 여력은 38%대에 달한다.
면세점 구조조정은 최근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시내면세점 두 곳이 폐점했다. 지난 1월 경영 악화로 폐점이 결정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은 지난 7월 운영법인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을 청산했다. 기존 면세점 공간이 있던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지하 2층엔 패션·캐릭터·팝업스토어 매장을 입점시켜 복합 쇼핑몰로 전환했다. 현대면세점은 지난 7월 동대문점의 폐점을 결정하고, 기존 3개 층을 쓰던 무역센터점 규모를 2개층으로 축소해 운영키로 했다. 롯데면세점 역시 지난 2024년 명동점·잠실 월드타워점·부산 서면점·제주 시티호텔점 등 4개 점포의 영업 면적을 축소해 운영하기로 했다.
동시에 면세점 업계는 대규모·대량 구매 중심에서 소규모·개별 관광, 체험형 소비로 바뀐 중국인 관광객의 유행 흐름에 따라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더라도 예전처럼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의 ‘물량 공세’에 힘입은 호시절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개별 관광객과 객단가가 높은 외국인을 겨냥해 할인 행사뿐 아니라 굿즈·포토·체험형 콘텐츠 등 체험형 매장과 케이(K)콘텐츠 연계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제공에 나서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월, 면세점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수료를 과다하게 요구하는 ‘다이궁’과의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중국 보따리상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 이상이었지만, 이 비율은 올해 상반기 5%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개월 사이 7∼10%를 오가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으로 관광객이 늘면 자연스럽게 보따리상 비중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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