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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국회 앞 모인 금감원 직원들 "국민 삶 무너져"

머니투데이 김도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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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국회 앞 모인 금감원 직원들 "국민 삶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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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세종대로 일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비가 오는 날씨에 집회를 열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세종대로 일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하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비가 오는 날씨에 집회를 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5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예고하자 전날인 24일 저녁 18시30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1200여명 이상의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퇴근 후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 속속 모였다.

지난 18일 점심시간에 열린 시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18일 시위장소로 이동하던 직원들은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던 반면, 이날은 굳은 표정으로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들의 지시를 따라 이동해 어두운 표정으로 연단에서 목소리를 높인 연사의 말을 묵묵히 들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분리·독립시키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에 지정한다는 정부·여당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연단에 선 윤태완 금감원 비대위원장이 "기관장 자리 신설을 위한 금융감독원 해체이며 소비자 보호 역량이 약화되는 개악"이라며 "수십년간 축적된 감독, 검사, 소비자보호가 연계된 종합적 소비자보호 체계가 와해될 것이다"고 외쳤다.

이에 금감원 직원들은 함성을 내고 박수를 치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금소원 분리 철회하라. 금융감독 독립성을 저해하는 공공기관 철회하라. 관치금융 중단하라"는 시위구호를 소리쳤다.

이날 금감원 비대위는 '새 판 짜기'를 제안했다. 금소원 신설과 공공기관 지정 대신에 금감원의 모든 조직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있는 업무체계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업무 절차를 전면 재설계하자고 설명했다. TF는 금융상품의 판매 이전 설계·심사단계부터 사전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TF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총괄하는 금융소비자보호국과 책무구조도 등을 담당하는 감독총괄국이 주축이 되고, 각 업권별 감독·검사국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윤 비대위원장은 "현행 통합감독체계는 소비자 피해 발생시 다수의 감독·검사 부서와 긴밀한 공조로 효과적으로 피해를 구제할 수 있다"라며 "새 판 짜기를 통해 '진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국민 여러분 앞에 엄숙히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격한 발언도 나왔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직원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금융관료를 겨냥해 "이재명 정부는 모피아들에게 속아 관치 구조를 튼튼히 다지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라며 "이번 개편은 모피아들이 그럴듯하게 포장된 독극물이고 정부는 이 독약을 소비자에게 주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직원은 "불법 채권추심과 보험금 지급 지연 등 국민의 경제적 안정과 생활 기반을 위협할 게 분명하다"라며 졸속 개편은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학계와 업계의 목소리도 추가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사 전 고객담당 임원은 "공공기관 지정은 금감원의 독립성을 해치고 정책 집행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라며 "전문인력 이탈과 내부 경쟁력 약화도 불러올 것이다"고 말했다.


안재환 인하대 경영대학 교수도 "과거 분산된 감독체계 하에서 뼈아픈 외환위기를 경험했다"라며 "감독기능과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와 정반대로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번 야외집회에서 발언했던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집회가 정치적 편향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집회는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다양한 퍼포먼스도 준비됐다. '질풍가도' 노래가 나오자 금감원 직원들은 입을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또 노래가 끝난 후에는 파도타기 퍼포먼스도 벌였다.

집회 후반부에는 소녀시대의 '다시만난세계'를 제창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라는 가사가 나오자 더욱 목소리를 키우기도 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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