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훌 아난드 IMF 연례협의단 단장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5년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연금 개편, 재정수입 확충, 지출 효율성 제고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재정 앵커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 앵커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나 재정적자 한도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장치다. IMF 한국 미션단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2주간 방한해 한국의 거시경제, 재정, 금융 전반을 점검하고 정부와 협의했다.
아난드 단장은 "고령화로 인한 장기 지출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적인 재정개혁이 중요하다"면서 "올 3월 연금보험료율이 상향 조정됐지만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개혁 방향도 제시했다. 이번 권고는 재정준칙 도입이 멀어진 한국적 상황과 맞물려 주목된다. 재정준칙은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 때 도입이 검토됐 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정부 들어선 확장재정 기조 속 재정준칙 도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하고 세금 등으로만 운영하는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GDP 대비 4.0%에서 2028년 4.4%까지 확대된다. 또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51.6%에서 2029년 58.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망에선 2028년이 돼야 국가채무비율이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지만, 내년도 예산안에 대규모 정부지출이 포함되면서 도달 시기가 2년 앞당겨진 것이다.
IMF가 재정 앵커 도입을 강조한 배경이다. IMF는 "여러 지출들이 중장기적으로 대규모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부채가 중장기적으로는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정과 관련된 정책적 여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들 입장에선 재정을 푸는 것이 낫지만 우리는 저출생·고령화로 의무지출 분야가 크다"며 "가팔라질 부채 증가 속도를 완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소폭 상향됐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가 0.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전망치(0.8%)보다 0.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완화된 재정·통화 정책이 경기 둔화를 막고,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이 성장률 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은 1.8%로 기존과 동일하다.
아난드 단장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완화된 재정·통화 정책에 힘입어 국내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반도체 수요가 다른 수출의 감소를 상쇄하면서 0.9%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는 불확실성 완화, 정책 효과 본격화, 기저효과 등이 맞물리며 GDP가 1.8% 확대될 것"이라면서 "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해 유지되겠지만 불확실성이 크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IMF는 단기 정책 기조에는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충분한 정책 여력, 마이너스 아웃풋 갭, 목표 수준에 근접한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 완화 기조는 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통화정책은 변화하는 전망과 리스크에 신속히 대응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정준칙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없다. 기획재정부는 "미래 세대에게 건전한 재정을 물려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한다.
[류영욱 기자 /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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