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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소리와 함께 화재 발생···탈출 인파 몰리며 순식간에 아수라장

매일경제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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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소리와 함께 화재 발생···탈출 인파 몰리며 순식간에 아수라장

속보
뉴욕증시, 일제 상승 출발…나스닥 0.5%↑
부산서 ‘레디코리아 훈련’ 진행
실내 화재·인파 사고 발생 가정
화재 진압과 인명피해 최소화 총력
인력 1024명과 수리온 등 72대 장비 동원

올해 전국 지역 축제 중 절반 가량이
9~11월 개최돼 사고 대비 필요성 커져
정부 “재난·사고 대응 역량 키울것”


“부산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 인파가 대거 몰린 상황입니다.”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 인근에서 이같은 경고방송이 울려퍼졌다. 경고방송 직후 실내체육관에서 매캐한 연기와 함께 실내체육관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방송이 나왔고, 관람객들은 다급하게 실내 체육관에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이같은 아찔한 상황은 실제 상황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올해 세 번째 ‘레디 코리아’ 훈련을 진행했다. 레디 코리아 훈련은 기후 위기, 도시인프라 노후화 등과 같은 잠재 위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복합재난에 대비해 민·관이 함께 재난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훈련이다.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훈련’에서 소방차들이 일제히 물을 뿌리며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훈련’에서 소방차들이 일제히 물을 뿌리며 화재를 진압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대규모 지역 축제와 공연이 집중되는 가을철을 맞아 공연장 내 폭발·화재와 인파사고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재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지역축제 2733건 가운데 45.5%에 달하는 1241건이 9~11월 개최된다.

이날 진행된 훈련은 지난 해 7월 다중운집인파사고가 재난 유형에 포함된 이후 진행된 첫 범정부 합동 훈련이다. 정부는 재난안전법 시행령 추가 개정을 통해 지자체장에게 ‘다중 운집시 재난 예방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등 많은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지역축제 개막식 도중 공연장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하고, 수많은 관람객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 속에 시작됐다.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최초 상황보고를 받은 즉시 관계기관에 총력대응할 것을 지시한 뒤, 사고 현장으로 바로 이동했다.


화재는 공연 중 누전 등을 이유로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북마케도니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는 이와 비슷한 화재·인파 사고로 59명이 사망하고 155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경북 상주시의 한 콘서트 입장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15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사고 발생 4분 가량 지난 뒤 경찰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관람객들의 탈출을 유도했지만 화재가 진압되지 않은 탓에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설상가상으로 공연장 내부 배기구 고장으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상황에서 가연성 물질로 불길이 번지면서 화재는 더욱 확산됐다.

사고가 발생한 뒤 현장에는 긴급구조통제단(강서소방서), 현장응급의료소(강서보건소), 통합지원본부(부산 강서구)가 설치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는 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위해 각각 중앙사고수습본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훈련’에서 투입된 고성능 배연차의 모습.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훈련’에서 투입된 고성능 배연차의 모습.


이번 훈련에서 부산 강서소방서는 소방차와 고성능 배연차를 동원해 화재 진압과 동시에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고성능 배연차는 일반적인 소방차와 달리 대형팬이 장착돼있어 연기와 열기를 동시에 진압할 수 있는 장비다. 부산 강서구는 재난안전문자 등을 통해 상황을 전파했고, 사고 현장 일대는 원활한 소방인력 출동을 위해 교통신호가 제어됐다.

김광용 본부장은 사고 발생 후 25분 가량 지난 뒤 현장에 도착했다. 김 본부장은 긴급구조통제단장으로부터 화재 발생 상황과 시간대별 조치 등을 보고 받았다. 화재 발생 원인 등을 확인한 김 본부장은 “소방관이 구조를 위해 (체육관) 안에 들어가있을텐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구조해달라”고 당부했다.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훈련’에 출동한 ‘수리온’ 헬기의 모습.

24일 부산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레디코리아 훈련’에 출동한 ‘수리온’ 헬기의 모습.


이날 훈련에서 육군은 53사단 특수부대를 투입해 구조자 수색을 진행했고, 부산소방재난본부·강서소방서는 헬기를 통해 화재를 진압하는 동시에 구조견·드론을 활용해 정밀 수색을 이어갔다. 2층에 고립된 관람객을 구조하기 위해 헬기 ‘수리온’이 현장에 도착하자 엄청난 굉음과 함께 체육관 주변 나무들이 거세게 흔들리면서 현장감을 더했다.


총력 대응에도 불구하고 화재는 좀처럼 진압되지 않았다. 2층과 3층에 있던 관람객들은 1층으로 대피하던 도중 인파가 대거 몰리면서 계속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중증 응급환자 발생에 대응하기 위한 재난 거점병원 병상이 추가로 확보됐다. 경찰은 헬기를 활용해 고립된 관람객을 구조하고, 긴급차량 통행로를 확보해 환자 이송을 지원했다.

화재는 발생 50분 가량 지난 뒤 진압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사망 10명, 부상 90명이 발생했다. 부산광역시와 강서구 등은 일대일 전담공무원을 지정해 사망자 장례와 피해자·유가족 지원에 나섰다. 경찰청은 사망자 신원 확인에 나섰고, 행정안전부는 신속한 수습을 위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는 등 진압·구조 이후 상황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이날 훈련에는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부산광역시, 경찰청, 소방청, 부산 강서경찰서, 부산 강서소방서 등에서 1024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수리온 헬기 1대, 이동기지국 차량 1대 등 72대의 장비도 투입됐다. 김광용 본부장은 “기관별 인파사고 대응체계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면밀히 살폈다”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각종 재난·사고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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