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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간척지가 ‘제2의 네덜란드’로”…AI로 사계절 딸기 생산한다는 이 기업

매일경제 방영덕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by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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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간척지가 ‘제2의 네덜란드’로”…AI로 사계절 딸기 생산한다는 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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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대성 SP아그리 대표
축구장 두개 크기 규모 첨단 스마트팜 운영
딸기 연250t 생산...“여름엔 없어서 못 팔아”
AI로 온·습도 자동조절 ‘수확로봇’ 시범 운영
내년에 라즈베리·블랙베리 모종 들여와 공급


박대성 SP아그리 대표.

박대성 SP아그리 대표.


“미국이야 땅이 넓으니 세계 1위 농업 수출국일만 합니다. 그런데 네덜란드가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이에요. 우리나라 경상도 면적의 1.4배 정도 클 뿐인데 어떻게 가능할까요?”

박대성(사진) SP아그리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나 이같이 ‘기습 질문’을 했다. 그러면서 곧장 구글 인공위성 지도를 띄워 네덜란드의 대규모 경작지대를 실시간으로 보여줬다.

네덜란드 농가의 평균 면적은 6만평. 그 거대한 면적을 가득 채운 스마트팜 너머로 쑥쑥 크고 있는 작물들이 보였다. 반면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박 대표는 “첨단 ICT 기술을 기반으로 온실 환경을 자율 제어하고 AI(인공지능) 시스템 을 적극 도입한 결과 가능한 일”이라며 “한국 농가 면적이 1000평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네덜란드 농가의 평균 6만평 면적이) 어마어마한 면적이지만 ‘규모화’와 ‘첨단화’를 동시에 이룬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으로 우뚝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SP아그리의 최첨단 스마트팜 전경.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한 SP아그리의 최첨단 스마트팜 전경.


국내 서해안 일대의 수천만평 간척지에도 ‘제2의 네덜란드’가 들어설 수 있다고 보는 박 대표는 최근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는 프리미엄 딸기 생산에 성공했다. AI 기반 재배와 로봇 농작업 등 농업의 최첨단화와 규모화를 이룬 덕분이다. 그를 통해 한국 농업이 직면한 기후 리스크, 노동력 부족 등과 같은 문제들을 기술로 극복한 사례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운영 중인 딸기 전용 스마트팜의 규모는?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위치해 있는 저희 스마트팜은 올해 2월 완공을 했습니다. 면적으로 약 1만5500㎡, 그러니까 약 4700평 정도 되는데 축구장 두개 정도 들어갈 크기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죠. 현재 딸기 생산량은 연간 250t정도인데, 2000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추가로 건설 중이어서 그 생산량은 더 늘어날 겁니다. 향후 3~4년내에 약 6만평 규모의 스마트팜을 단계적으로 증설할 계획이고요.


SP아그리의 스마트팜에서 시범도입한 딸기 수확 로봇.

SP아그리의 스마트팜에서 시범도입한 딸기 수확 로봇.


▲ 올 여름부터 딸기를 전국 이마트로 납품 중이다. 생산 비결은?

-아시다시피 딸기는 ‘저온 작물’입니다.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생육이 부진해져요. 때문에 여름철 고온다습한 환경에선 키우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희 스마트팜에는 기본적으로 첨단 ICT 기술의 온실환경 제어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가령, 공조장치를 통해 냉각된 공기가 딸기 재배 포트 밑에 설치된 공기튜브를 따라가며 그 줄기와 잎의 온도를 낮춰주고요. 냉난방에는 히트펌프를 사용해 탄소중립 시대에 맞게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 합니다.

특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최대 6단 높이의 베드 시스템을 구축했고, LED로 골고루 보광해 재배의 한계를 극복했죠. 이 모든 것이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겁니다.

현재 해충 방제나 소독도 사람 대신 로봇을 기용해 운영 인력을 최소한 박 대표는 조만간 ‘수확 로봇’까지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확로봇은 그야말로 수확에 적합한 딸기에 관한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접 딸기 상태를 체크하고 분류해 수확 가능한 로봇이다. 네덜란드의 Blue Radix의 AI 기술도 곧 도입하는 박 대표는 완전 무인·자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SP아그리에서 수확해 판매한 딸기 제품.

SP아그리에서 수확해 판매한 딸기 제품.


▲ 첫 재배 작물로 왜 딸기를 선택했나.

-우리나라 생식용 딸기는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연간 약 15만t이 생산됩니다. 이 딸기가 모두 거의 겨울철에 소비되죠. 5월부터 10월 사이 대관령, 무주 등 고산지에서 베이커리용 딸기를 일부 생산하지만 그 양이 매우 적고, 생식용으론 판매되지 않아요. 만약 이같은 여름에도 겨울철에 팔리는 딸기와 같은 당도를 낸다면 상대적으로 고가에도 딸기를 찾는 수요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프리미엄 딸기를 계절한정이 아니라 연중 공급하게 되면 카페나 호텔과 같은 파트너들에게도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니까요.

박 대표에 따르면 겨울철 농가에서 수확한 딸기의 kg당 평균판매 가격은 1만원 내외다. 하지만 한 여름에는 딸기를 파는 곳이 거의 없다보니 이 농가들의 매출 평균이 2만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올 여름 “비싸서 안 먹는게 아니라 없어서 못먹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때문에 겨울철에 팔리는 15만t 중 5만t이더라도 6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만 생산해 팔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라즈베리. [사진출처 = SP아그리]

라즈베리. [사진출처 = SP아그리]


특히 현재 국내산 딸기는 주로 홍콩,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일본, 두바이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사계절 내내 딸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은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열풍인 ‘K컬처’와 맞물려 ‘K푸드’로의 수출 시장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 딸기 외 다른 작물 계획은?

-현재 SP아그리가 재배하는 딸기 품종은 당도가 9~10브릭스인 금실, 킹스베리, 눈꽃딸기(모모이로홋페), 피치베리(토쿤), 춘행, 설향과 유럽 품종 5종을 포함해 총 13종이 있어요. 생식용 여름, 가을 딸기처럼 특정 시기에 없던 과일을 공급하거나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았던 고수익 프리미엄 작물을 재배하려고 하는 것이 저희 전략입니다. 딸기 외에 다수 품종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라즈베리, 블랙베리를 비롯해 전략 작물 즉 ‘X’를 재배할 계획인데요. 모두 내년, 늦어도 내후년이면 한국에 모종들이 들어올 예정이고, 빠르면 3~4년후부터는 시장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즐겨먹는 라즈베리나 블랙베리의 경우 국내에는 경쟁 제품이 없는 과일들이다. 따라서 두 과일 모두 최소한 블루베리 시장(약 5000억원)의 절반 규모로까지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박 대표는 내다봤다.

▲ 이미 안정적인 유통망을 보유한 ‘스미후루코리아’와 ‘SP프레시’란 과일 유통전문회사를 운영 중이다. SP아그리와의 시너지는?

-스미후루는 돌(Dole), 델몬트(Delmonte), 썬키스트(Sunkist), 제스프리(Zespri), 드리스콜(Driscolls) 등 세계 유수의 과일 생산 유통회사입니다. 이미 자체 바나나 등 품종개발과 직접 생산, 계약 생산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죠. 이같은 글로벌 청과 회사들이 올리는 매출을 보면 최소 1조원에서 최대 11조까지 합니다.

SP아그리가 운영 중인 스마트팜 모습.

SP아그리가 운영 중인 스마트팜 모습.


특히 드리스콜스라는 회사는 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블랙베리 등 베리류만을 가지고 연매출 6조원 이상을 올리고 있는 회사입니다. SP아그리 역시 대규모 첨단 하이테크팜을 기반으로 육종 및 품종을 개발하고 생산한 후 국내 주요 유통사의 1차 벤더인 스미후루코리아와 SP프레시를 통해 안정적으로 과일을 유통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향후 100만평(300ha) 규모의 스마트팜을 운영해 연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청과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스미후루코리아와 SP프레시는 이미 국내 쿠팡, 이마트, 코스트코, 트레이더스, 마켓컬리를 비롯한 주요 백화점 등에 과일을 유통하고 있다. 연 매출로는 2000억원 가량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23년 시리즈A를 통해 고수익 품종의 농업 유통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박 대표는 올해 하반기 시리즈B도 준비 중이다. 목표액으로 잡은 200억원 중 이미 150억원은 확보했다고 박대표는 밝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농업의 경쟁력은 ‘규모’에서 나옵니다. 텃밭 수준에서 일궈지는 농업이 수백만평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업을 결코 이길수가 없어요. 일례로 쌀은 이미 국내에서 과잉인데, 쌀농사만을 여전히 짓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 땅을 대규모로 개발해 다른 작물을 생산, 유통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서해안 일대 가보시면 수천만평의 간척지가 수두룩합니다. 또 하나의 네덜란드가 세워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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