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美 일방주의’ 우회 비판
개도국 지위 포기하며 “WTO 협상서 특별 대우 없을 것”
“선진국, 의무 다해야” 中 역할 확대 시사
개도국 지위 포기하며 “WTO 협상서 특별 대우 없을 것”
“선진국, 의무 다해야” 中 역할 확대 시사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오른쪽)와 마이클 바움가트너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의원이 포즈를 취했다.[AP]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 중국이 유엔 회의에서 다자주의·자유무역을 수호하는 등 선진국으로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을 우회 겨냥했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GDI) 고위급 회의 연설에서 “현재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고조되면서 국제 개발 협력이 심각한 충격을 받았고,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이 약해졌으며, 기존 자원(存量)에 대한 쟁탈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며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발전에 주목하고 발전을 추동해 발전의 케이크를 함께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디커플링’과 진영 대결은 글로벌 경제를 해치고 국제 질서를 파괴해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뿐”이라며 “우리는 응당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을 수호하고 다자주의·자유무역을 견지하며 개방형 세계 경제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이날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도국에 주어졌던 특혜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자유무역에서 선진국으로의 의무를 강조하며, 향후 중국이 이 같은 역할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리 총리는 “최근 글로벌 남북의 발전 격차가 더 두드러졌는데, 그 배후에는 권리·기회·규칙의 불평등과 불공정이 있다”며 “일부 선진국은 개발 자금 조달 등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국제개발기구에 자금 공급을 끊어 글로벌 남북 협력을 상당한 정도로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는 여러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겠다 밝히고 있는 미국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대외원조 조직 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해체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선진국은 의무를 이행하고 개발도상국의 수요를 더 많이 신경 써서 발전 불균형·불충분의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공동 대응의 필요성도 역설해,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는 사기극”이라 강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중국 주도의 여러 프로젝트를 강조하며, 향후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질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중국 주도로 GDI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진흥에 230억달러(약 32조원)를 투입했고 1800여건의 협력 프로젝트를 벌였다는 점을 내세우며 앞으로 5년 동안 2000개의 ‘작지만 아름다운’(小而美) 민생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 공언했다.
리 총리는 중국이 지난 7월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 설립을 제안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AI플러스’(AI와 각 산업을 결합하는 중국의 발전 전략) 국제 협력 이니셔티브를 제안했고, ‘녹색 격차’ 해소를 위한 신에너지 협력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