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살 앞두고도 변화 모색…박서보재단, 자서전·만화 전기 한영판 2종 발매
마지막 연작 '신문지 묘법' 국내 첫 공개…비극의 뉴스 묘법으로 덮어
마지막 연작 '신문지 묘법' 국내 첫 공개…비극의 뉴스 묘법으로 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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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의 삶과 예술 담은 두 권의 책 출간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한국 단색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박서보(1931∼2023)의 마지막 작품과 글들이 공개됐다.
박서보재단은 박서보 자서전 '박서보의 말'과 그의 삶을 다룬 만화 '박서보' 두 권을 발매했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어판과 영어판 두 가지로 제작돼 이날 전 세계 동시 출간됐다.
자서전 '박서보의 말'은 박서보가 생전에 직접 집필한 원고를 엮은 책이다. 그의 글이 책으로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초반까지의 예술적 삶과 예술인으로서 성장 과정이 담겨 있다.
박서보의 차남인 박승호 박서보재단 이사장이 2023년 박서보 별세 후 고인이 남긴 글들을 편집해 책으로 엮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박서보재단에서 열린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품을 정리하다 이 원고를 발견했다"며 "미완이지만 그냥 묻혀서는 안 될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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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하는 박승호 이사장 |
박서보는 이 책에서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 그러나 변하면 또한 추락한다"며 이 말을 묘비명에 쓰겠다고 밝힌다. 그는 "추락하는 작가들 대부분이 아이디어만으로 '거저' 변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그건 껍데기만 변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작가가 자기 자리에만 머물러서도 안 되지만 단순한 아이디어만 가지고 변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서보 자신도 새로운 작업을 할 때는 현재의 작업과 병행해 4∼5년 준비 기간을 거쳐 신체 일부처럼 익숙해졌을 때 결과물을 발표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자신도 연필 묘법 작업에서 1980년대 지그재그 묘법으로 넘어갈 때 꼭 5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박서보의 작품 연작인 묘법은 화면에 연필이나 막대기로 수행하듯 여러 번 선을 긋고 이를 지우길 반복하는 작업으로 만든다. 그는 또 당시 아흔에 가까운 나이였던 자신도 변하기 위해 한창 숙성 중이라고 고백한다.
두 번째 책 '박서보'는 박서보의 어린 시절부터 2023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전기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쉽게 그의 인생과 예술철학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과학 분야 만화를 주로 그리는 작가 조진호가 '박서보'의 글과 그림을 담당했다.
박 이사장은 "미술 전문가가 아닌 과학 분야 작가를 섭외했다"며 "선입견 없는 그의 시선은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박서보를 읽어내기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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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연작 '신문지 묘법' |
박서보의 생전 마지막 연작인 '신문지 묘법'도 공개됐다. 박서보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2022∼2023년 작업한 것들이다. '신문지 묘법'은 발행된 신문지 위를 그의 묘법 작업으로 덮은 작품이다. 전쟁이나 기아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극의 뉴스들을 자기 작품으로 지워버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 작품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인 2024년 1월 미국 뉴욕에 있는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국내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박서보재단은 재단 건물 지하에 있는 수장고도 공개했다. 이곳에는 박서보의 묘법 이전의 초기 작품들부터 마지막 작품인 '신문지 묘법' 등 주요 작품들을 비롯해 그가 완성하지 못 한 미완성 작품들도 보관돼 있다.
그의 '신문지 묘법' 작품들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박서보재단에서 볼 수 있으며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매주 수요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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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화백의 작품들 공개 |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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