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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박찬욱 감독과 작업, 숙제 검사받는 학생 같았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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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박찬욱 감독과 작업, 숙제 검사받는 학생 같았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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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쩔수가없다' 미리 역으로 스크린 복귀하는 배우 손예진
"감독의 집요한 디렉팅에 첫 촬영부터 식은땀...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손예진이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소감을 고백했다.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이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소감을 고백했다.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손예진이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집요한 디렉팅 속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고,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을 통해 배우로서의 본령을 확인했다.

지난 23일 오후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손예진은 영화 속 캐릭터 미리에 대해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캐릭터가 모호했다. 임팩트라고 할까 그런 게 없어서 내가 꼭 해야 할까, 잘할 수 있을까, 표현할 게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박찬욱 감독님과는 꼭 하고 싶었다. 복귀작이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연기할 수 있고 ‘이걸 해야만 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의견을 들은 박 감독은 미리 캐릭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나갔고,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손예진은 첫 촬영부터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박찬욱 감독님은) 역시 집요하시고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는 게 없었다. 생각지 못한 디렉팅을 해주니까 멘붕이더라”며 웃었다.

“첫 대사, 첫 테이크부터 그랬어요. 저는 장어가 중요한 단어라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장어를 작게 해주면 좋겠다’ 하시더라고요. 이미 익숙한 말투를 바꾸는 게 쉽지 않잖아요. 식은땀까지 나더라고요. 앞으로 감독님은 이렇게 디렉팅을 줄 건데, 대사 어미 강조를 한다면 난 이제 죽었다 싶었어요. 하하. 그런데 그 역시도 겪어보니까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고요. 감독님이 받아들여줬을 때 행복했고, 마치 숙제 검사 받는 학생 같았죠.”

그는 “(이)병헌 선배도 감독님이 디테일한 디렉팅을 주면 그걸 다 바꿔서 하더라”며 “근사한 작품이 나올 거라는 믿음이 현장에서 있었다. 불안감보다는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속 코믹한 장면에 대해서는 “고추잠자리 신은 음악이 흘러나온다고만 알고 있었다. 대본 자체를 웃으며 보진 않았다. 그런데 극적인 상황에서 찍힌 걸 보니 성민 선배 대사가 웃기고 슬프더라. 영화를 네 번째 보는데 또 안 웃던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더라. 희순 선배 연기 보면서도 너무 놀라웠다”고 했다.

현빈과 결혼해 지난 2022년 득남한 손예진은 미리라는 인물에 엄마의 마음을 이입했다. “시원이한테 ‘엄마가 땅 파봤어’ 할 때, 제가 아이가 없다면 안심시키고 설득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을 거 같아요. 저는 떨면서 감추려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엄마가 돼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또한 내 아이의 허물을 감싸주는 남편(만수)을 볼 때 안도감과 윤리적 갈등이 교차했죠. 만수를 바라볼 때 표정은 엄마여서 할 수 있던 거였어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도 배우는 멜로에 대한 로망이 있다. 끊임없이 좋은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다. ‘밀회’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사랑의 불시착’ 같은 것도 할 수 있고, ‘클래식’에서 나이 많은 역도 할 수 있다. 그때 나이에 맞는 멜로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