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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사지마” 트럼프 추가제재 속내는 ‘프랑스 때리기’?

헤럴드경제 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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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에너지 사지마” 트럼프 추가제재 속내는 ‘프랑스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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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러시아 에너지 불매해야” 제재 촉구
석유서 에너지로 제재 범위 확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프랑스 겨냥 포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중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AFP]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중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AF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불매를 추가 제재안으로 제시했다. 제재 대상을 석유에서 에너지 전체로 확대한 것을 두고 최근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한 프랑스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산 에너지를 계속 구매하는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이, NATO 국가들조차 러시아산 에너지와 관련 제품 수입을 크게 줄이지 않았다”며 “스스로를 상대로 한 전쟁에 자금을 대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에 종전을 압박할 추가 제재안으로 관세와 에너지 불매를 들며 “유럽은 러시아의 모든 에너지 구매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러시아를 제재할 방안으로 석유 불매를 주장해왔다. 이번 유엔 연설에서는 불매 대상을 에너지 전체로 확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프랑스를 압박하려는 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를 “프랑스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문제를 두고 미국과 다른 입장을 보인 지 하루만에 나온 주목할만한 변화”라 평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



트럼프의 지적 대상은 프랑스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이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러시아 에너지 수입국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를 줄였지만, 완전히 중단하지는 못했다. 특히 LNG는 유럽연합(EU)의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갑자기 줄이면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등 주요국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다, 대부분의 계약이 의무인수도조건부계약(take or pay)이기 때문이다.

의무인수도조건부계약은 구매자가 계약된 최소 물량을 인수하지 않아도 그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계약이다. 프랑스는 최소 2023년까지 러시아와 해당 계약이 체결된 상태로, 대러제재를 이유로 에너지 수입을 하지 않더라도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러시아로서는 손해볼게 없는 구조라 사실상 제재라 하기 어렵다. 계약에 따라서는 위약금까지 지불하게 돼, 손해는 고스란히 프랑스가 안게 된다.

때문에 러시아산 원유가 아닌, LNG 등 에너지 전체로 제재 대상을 확대한 것은 프랑스에 대한 보복성 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는 트럼프의 발언 전날 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승인했다. 이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더불어 극렬히 반대하는 내용이다. 이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가자 지구에서의 분쟁을 멈춰야만 노벨 평화상이 가능하다”며 종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간 동안 러시아 제재에 대해 유럽 정상들과 논의하겠다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