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사진|에일리언컴퍼니 |
([인터뷰②]에 이어) 연예계를 다루고 있는 ‘금쪽같은 내 스타’는 엄정화에게도 옛 생각이 나게 해주는 작품이다. 옛날로 다시 돌아가 바꾸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엄정화는 ‘불안감’을 꼽았다.
“그때는 항상 불안해했던 것 같아요. 이 직업이 너무 좋으니까 좋은 작품 빨리 만나고 싶고, 계속해서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작품이 없는 시기에는 괴로웠어요. ‘왜 나한테는 좋은 작품이 안 오지?’ 하는 조바심 때문에 스스로를 너무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시간을 좀 더 발전적인 것으로 채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여전히 그 불안감에서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지만, 이제는 작품 사이 공백기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 알게 된 것 같다고.
“작품이 주어지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채우고 즐겨야 하는지, 그걸 알기 시작한 게 마흔 지나서였어요. 작품이 없는 엄정화로서의 시간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다는 걸 늦게 알았죠. 여행도 가고 강아지랑 산책하고, 산책길에 친구들하고 수다 떨고, 책과 영화도 많이 보면서 그 시간을 채우고 있어요.”
엄정화는 1992년 데뷔 이후 30여년간 배우와 가수 모두 ‘톱’의 자리를 이뤄내고 꾸준히 유지하며 ‘멀티 테이너’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선봉장에 서야하는 입장에서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이라기보다는 항상 두려웠고 막막했던 것 같아요. 앞길을 내다볼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 나가고 싶었고, 그러면 후배들도 이 길을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길이 없으면, 일단 내가 해보고 길을 만들면서 후배들이 올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또래 여성 배우 고현정 등이 멋지게 활약하는 것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정말 힘이 돼요. ‘아직도 멋있게 해나가고 있구나’ 하면서 서로 힘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면 앞으로 우리가 할 이야기가 더 있겠다 싶죠. 이 또래의 친구분들이 길을 만들어가고 있고, 저도 같이 가고 있다는 것에서 굉장히 서로 에너지를 받고 또 꿈꿀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엄정화. 사진|에일리언컴퍼니 |
최근 ‘가수’ 엄정화로서의 컴백도 생각해봤다는 그는 “계속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해오긴 했다”고 이야기했다.
“콘서트를 하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하기 전에는 두려운 게 많았는데 해내고 나니까 다음 콘서트는 내가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범 준비를 해야 콘서트를 할 수 있으니까 그 순간을 만나기 위해 또 해 나가야겠죠.”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의 이야기를 담은 ‘닥터 차정숙’부터 경력단절 톱스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나서는 ‘금쪽같은 내 스타’까지. 엄정화는 두 작품 연속 ‘꿈’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방면에서 업적을 쌓아온 엄정화에게 또 남은 꿈은 무엇일까.
“이 일을 계속, 오래, 잘하고 싶어요.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껴지거든요. 세월에 퇴색되지 않고 계속 커나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 타임 레전드’로 활약하면서도 여전히 꿈을 이야기하며 눈을 빛내는 엄정화는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봉청자를 그대로 연상시켰다. 그러면서 왜 그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는 ‘스타’인지를 다시금 실감하게 했다.
30, 40대 때 이런 대본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앞으로 하게 될 연기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는 엄정화의 계속될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김미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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