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ABC 소유 디즈니 “지미 키멀쇼 복귀”
‘마가’ 비판 구실 폐지 수순 밟다 ‘반전’
정부 면허 취소 협박에 보혁 막론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해 오다, 총격에 숨진 우파 아이콘 찰리 커크를 모욕했다는 구실로 쫓겨날 뻔했던 미국의 유명 방송인 지미 키멀이 돌아온다. 미디어산업 인허가권을 무기로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했던 디즈니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라는 비판에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미국 ABC방송의 모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일주일 전쯤 무기한 중단했던 ABC의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방영을 재개한다고 2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디즈니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수요일(17일) 우리는 우리나라의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쇼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 일부 발언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았고 무신경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지난 며칠간 지미와 진지한 대화를 했고 화요일(23일)에 쇼를 복귀시킨다는 결정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극적인 반전이다. 키멀은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신봉하는 트럼프 대통령 골수 지지층)’ 패거리가 찰리 커크를 살해한 이 아이를 자기네 중 한 명이 아닌 다른 존재로 규정하려 안간힘을 쓰며 그것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크의 죽음을 ‘악(좌파)에 의한 순교’로 만들려는 보수 진영에서 키멀이 암살 용의자의 이념 성향을 호도하고 있다는 맹비난이 나왔고,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한 (방송사 차원의) 조직적인 노력”이라며 허가 취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마가’ 비판 구실 폐지 수순 밟다 ‘반전’
정부 면허 취소 협박에 보혁 막론 반발
14일 미국 뉴저지주 모리스타운에서 사진 찍힌 도널드 트럼프(왼쪽 사진) 미국 대통령과 지난해 6월 6일 미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촬영된 방송인 지미 키멀.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꾸준히 비판해 오다, 총격에 숨진 우파 아이콘 찰리 커크를 모욕했다는 구실로 쫓겨날 뻔했던 미국의 유명 방송인 지미 키멀이 돌아온다. 미디어산업 인허가권을 무기로 비판 언론을 탄압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했던 디즈니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라는 비판에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좌파 여론 몰이에 위축
미국 ABC방송의 모회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일주일 전쯤 무기한 중단했던 ABC의 간판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의 방영을 재개한다고 22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디즈니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수요일(17일) 우리는 우리나라의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쇼 제작 중단을 결정했다. 일부 발언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았고 무신경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지난 며칠간 지미와 진지한 대화를 했고 화요일(23일)에 쇼를 복귀시킨다는 결정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극적인 반전이다. 키멀은 15일 방송에서 “‘마가(MAGA·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신봉하는 트럼프 대통령 골수 지지층)’ 패거리가 찰리 커크를 살해한 이 아이를 자기네 중 한 명이 아닌 다른 존재로 규정하려 안간힘을 쓰며 그것으로부터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별짓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크의 죽음을 ‘악(좌파)에 의한 순교’로 만들려는 보수 진영에서 키멀이 암살 용의자의 이념 성향을 호도하고 있다는 맹비난이 나왔고,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기 위한 (방송사 차원의) 조직적인 노력”이라며 허가 취소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초 키멀은 17일 방송 오프닝 멘트에서 논란을 다룰 예정이었지만,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 데이나 월든 TV 부문 대표 등 디즈니 고위 임원진이 사태 악화를 우려해 쇼 방영을 보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했다. 18일 영국 국빈 방문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키멀)가 찰리 커크라는 위대한 신사에 대해 끔찍한 발언을 했다”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에서도 기자들에게 “저녁 프로그램에서 하는 게 트럼프 공격뿐인 방송사는 면허를 박탈하는 게 나을 듯하다”고 위협했다.
자유 수호 반격에 용기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에서 월트디즈니컴퍼니 계열사인 ABC방송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 방송 중단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키멀이 옳았다”, “훌루(디즈니 계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잘 가”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할리우드=AFP 연합뉴스 |
그러나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 조합원 총 40만 명이 넘는 5개 할리우드 노동조합이 ABC를 공개 질타했고,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팝스타들도 트럼프 행정부와 ABC를 비판하고 나섰다. 다른 유명 토크쇼 진행자들도 동료를 두둔했다. 심지어 여당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 일부 보수 인사들까지 반발 대열에 가세했다.
키멀 쇼 중단과 관련, “우리나라 언론 자유의 암흑기”라고 정부를 맹폭하며 디즈니를 압박한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이날 공개서한에는 400명이 넘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팝스타가 서명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디즈니가 입은 평판 훼손 및 매출 손해도 키멀의 복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배우 신시아 닉슨, 방송인 하워드 스턴 등 유명 인사를 포함해 항의 차원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 구독 취소가 급증했다.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주체로 찍혀 표적이 된 카 FCC 위원장은 이날 “키멀이 처한 상황은 시청률 때문이지 연방정부 탓이 아니다”며 발뺌했다. 그러나 NYT는 소식통 전언을 인용, 디즈니 결정은 시청률과 무관하다고 전했다. FCC의 유일한 민주당 소속 위원인 애나 고메즈는 엑스(X) 글에서 “명백한 정부의 위협에 직면한 디즈니가 용기를 찾았다”고 칭찬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