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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일 금통위원 "통화스와프 고도의 정치적 영역… 확대할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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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일 금통위원 "통화스와프 고도의 정치적 영역… 확대할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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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영향 감안하면서 외환보유액 확충해야 한다"
"연내 인하 필요하지만… 가계대출 추이 보고 결정"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3일 오전 한국은행 본부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3일 오전 한국은행 본부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황건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한미 통화스와프1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위원은 기획재정부에서 국제경제관리관을 지낸 국제금융통이다.

황 위원은 23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스와프는 외환 거래의 안전판"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이 외화보유액의 84%에 달하는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직접 투자를 요구하자 우리 정부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무제한 통화스와프'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당시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시장에 미친 효과는 엄청났다"고 돌아봤다. 양국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유지했다. 당시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활용해 6차례에 걸쳐 약 198억7,200만 달러를 공급, 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했다.

그는 통화스와프는 "경제적 영역이 아닌 '고도의 정치적 영역'"이라며 "당연히 확대할수록 좋지만 규모뿐 아니라 발동 요건 등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도 말했다. 관세 협상 카드로서 필요한 안건이나 협상 진행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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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국내총생산(GDP) 대비 22% 수준인 외환보유액(지난달 기준 3,912억 달러)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은 "외환보유액은 많을수록 좋다"며 "달러를 사거나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 (보유액 확대 조치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감안하며 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근접한 현 상황에 대해선 "거주자 해외증권투자가 크게 늘고 대미 투자 협의가 끝나지 않아 우려가 크다"면서도 "절대적 수준이 아니라 변동성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테이블 코인이 도입되면 외환 관리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화가 국제화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외환유출 문제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섣불리 규제 완화를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황 위원은 "스테이블 코인은 민간 화폐창출 기능이 있어 도입되면 당국이 외화 유출 규모나 상대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한다면 관리 가능한 은행부터 발행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기존 한은 주장을 거듭 언급했다.

한편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황 위원은 "금리 인하가 집값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며 "일부 지역 집값 상승 추세가 확산돼 가계대출 증가로 연결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음 인하 결정이 지연될 경우 한은이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를 활용해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등 비전통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건너뛰고 11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가설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1 한미 통화스와프
자국의 화폐를 상대국에 맡긴 뒤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의 통화를 빌려오는 일종의 '국가 간 마이너스 통장'이다.

전유진 기자 no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