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정책연구원과 전국혁신도시포럼, 정춘생 국회의원 등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책연구원 제공 |
전국 혁신도시 10곳을 대상으로 한 첫 민간 주도 ‘혁신도시 상생지수’ 평가에서 최상급 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혁신도시가 여전히 ‘균형발전의 거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보여준다.
23일 민간 연구기관인 혁신도시정책연구원(ICPRI)이 발표한 ‘혁신도시 상생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혁신도시 10곳 중 전남 나주 혁신도시만 1000점 만점에 681.3점을 얻어 B등급을 받았다. 나머지 9곳 도시는 모두 C등급 이하였고, 부산·울산·진주·전주혁신도시 등도 D등급에 머물렀다. 서귀포는 최하위 E등급(382.1점)을 받았다.
‘협력’과 ‘활력’의 부재가 문제였다. 부산은 성장 지표에서 B등급을 받았지만, 활력은 E등급, 협력은 D등급을 받았다. 울산 역시 성장 잠재력은 높은데도 활력·협력 저하로 D등급에 그쳤다.
전국 첫 ‘혁신도시 상생지수’는 성장(200점), 활력(300점), 협력(500점) 등 총 1000점으로 구성됐다. 전국 10곳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혁신도시와의 연계 성과를 분석했다. 혁신도시의 물리적 이전을 넘어 지역과 기관이 함께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균형발전의 잣대라고 정책연구원은 설명했다. 정책연구원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등급제를 도입해 도시 간 비교와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 혁신도시의 경우 성장 점수는 낮지만 다른 지표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책연구원은 “혁신도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부산·울산 등 주요 혁신도시는 성장 잠재력이 있는데도 혁신도시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자체에서 투자와 협력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책연구원은 “혁신도시는 이름만 혁신도시일 뿐, 상생 없이 고립된 섬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향후 지역별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수렴하고 이를 정책 대안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2019년 광주·전남 등 전국 10곳 혁신도시에 153곳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했으나, 2015년 이후 수도권 집중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정책연구원은 “기존 혁신도시에 연관 기관들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갖춘 특화 클러스터로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상생 지수 평가 결과는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방향성을 제시할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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