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사 소유 파나마 선적…항적 위조 정황도 포착
크림반도행 러 철도 개통 후 기항…"점령지 물자 수출" 추측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의 한 해변 인근에서 러시아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2024.06.24.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중국 화물선이 러시아가 점령중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최근 몇 달간 최소 3차례 접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에 따르면 전장 약 140미터의 해당 화물선은 광시 소재 광시 창하이 선사가 소유·운영한 '헝양 9'로 파나마 국기를 달고 있으며 6월과 8월, 9월 등 최소 3차례 방문이 확인됐다.
FT가 위성·레이더 영상 등을 통해 검증·추적한 결과, 해당 화물선은 지난 2일 이스탄불 출항 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에서 위성에 포착됐다.
이후 해당 화물선은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에 캅카스 항구로 향했다고 송신했지만 위성에는 포착되지 않았다. 이후 14일 세바스토폴 항공사진에 포착됐다가 17일 이스탄불로 되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화물선이 흑해를 항해할 때는 실제 위치와 선박 송신 위치가 불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허위 위치를 송신해 항적을 위조한 것으로 추측된다.
세바스토폴 항구 이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서방 제재로 금지돼 왔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를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상선들은 그간 러시아가 장악한 항만을 피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항만에 외국 선박이 연속해서 기항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 화물선은 지난 4월 크림반도행 신규 철도가 개통된 이후 세바스토폴 항구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해당 철도는 러시아 본토에서 컨테이너를 선박으로 직접 선적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도네츠크·헤르손 점령지에서 이 철도를 통해 물자를 항만으로 실어다 수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다른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베르댠스크·마리우폴도 외국 선박에 개방된 항만으로 올렸다.
브라디슬라브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정책 담당 특사는 FT에 "우크라이나는 이런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으며, 모든 국제 파트너와 기업들이 점령지와의 접촉을 엄격히 피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중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중국 외교부와 접촉해 화물선 입항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 외교부는 자국민과 기업에 우크라이나 점령지와의 접촉을 피하라는 권고를 하고 있으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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