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위성자료·AIS 기록 등 자체 분석후 정박 사실 확인
서방 제재 위반 논란…2014년 강제합병후 입항 금지
"러 해상 운송 지원해 전쟁 자금 조달에 기여" 비판
서방 제재 위반 논란…2014년 강제합병후 입항 금지
"러 해상 운송 지원해 전쟁 자금 조달에 기여" 비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화물선이 러시아 점령지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구에 여러 차례 정박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방 제재로 입항이 금지된 이후 외국 선박이 드나든 전례가 없어 주목된다. 중국이 러시아의 해상 운송을 지원, 전쟁 자금 조달에 기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광학 위성·레이더 영상,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송출 기록, 항구 사진 등을 종합해 중국 창하이해운 소유의 컨테이너선 ‘헝양(Heng Yang) 9호’가 세바스토폴에 여러 차례 정박한 사실을 검증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길이 약 140m인 헝양 9호는 파나마 국적을 달고 운항했으며, 세바스토폴에 정박해 있는 동안에 선박 이름을 흰 천으로 가렸다.
헝양 9호는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떠난 뒤 6일 노보로시스크항에 있는 것이 위성으로 포착됐다. 이후 포트카프카즈로 향한 것으로 기록됐으나, 실제 위성에선 해당 위치에서 목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4일 돌연 세바스토폴항에 정박한 모습이 확인됐다. 17일 이스탄불에 복귀하기 직전에서야 기존에 보고했던 항로와 선박 위치가 일치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사진=AFP) |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광학 위성·레이더 영상,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송출 기록, 항구 사진 등을 종합해 중국 창하이해운 소유의 컨테이너선 ‘헝양(Heng Yang) 9호’가 세바스토폴에 여러 차례 정박한 사실을 검증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길이 약 140m인 헝양 9호는 파나마 국적을 달고 운항했으며, 세바스토폴에 정박해 있는 동안에 선박 이름을 흰 천으로 가렸다.
헝양 9호는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떠난 뒤 6일 노보로시스크항에 있는 것이 위성으로 포착됐다. 이후 포트카프카즈로 향한 것으로 기록됐으나, 실제 위성에선 해당 위치에서 목격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4일 돌연 세바스토폴항에 정박한 모습이 확인됐다. 17일 이스탄불에 복귀하기 직전에서야 기존에 보고했던 항로와 선박 위치가 일치하기 시작했다고 F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도 헝양 9호가 지난 몇 달 동안 최소 세 차례 크림반도에 정박한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따르면 헝양 9호는 올해 6월 19일~22일 세바스토플항에 처음으로 정박했다. 8월 15일에는 컨테이너 101개 적재를 요청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후엔 튀르키예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등으로 항해했다.
전문가들은 헝양 9호가 항적 정보를 조작해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이후 서방 제재 일환으로 외국 선박의 세바스토폴항 사용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으나 항구 이용은 피해 왔다. 그런데 돌연 거짓 보고 후 몰래 항구를 드나들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화물선이 어떤 목적으로 세바스토플항을 방문했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FT는 지난 4월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새로운 철도가 개통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철도 덕분에 러시아가 내륙의 화물을 선박으로도 운송할 수 있게 돼서다.
예를 들면 도네츠크·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생산된 산업·농산품을 크림반도 항구로 운송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 중국 선박도 이러한 물류 루트의 일환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지난 8월 크림반도 내 다른 두 항구인 베르댠스크와 마리우폴을 외국 선박에 돌연 개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항적 정보를 숨긴 것은 러시아의 물류를 지원한 것만으로도 전쟁 자금 조달에 기여한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자칫 서방 국가들의 제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교역이 제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지난 6월 중국 선박이 세바스토플에 입항한 것을 확인한 뒤 중국 측에 강력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FT는 “서방 제재 체제를 따르지 않는 중국이 러시아 점령 항구에 직접 관여한 것이 확인된 첫 사례”라며 “향후 러시아 전쟁 지원 등과 관련해 국제적 논란과 비판, 제재 강화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