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임무범위 내에서 필요한 모든 것 할 준비"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 개혁 지지 의사
美 이례적 지원에 아르헨 지수·페소화 가치 상승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 개혁 지지 의사
美 이례적 지원에 아르헨 지수·페소화 가치 상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 내 게일로드 내셔널 리조트&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연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AFP,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제공)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 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통화스와프 등 금융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르헨티나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며 재무부는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임무 범위 내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 지원 방법으로 통화스와프, 직접 달러 매입, 재무부 환율안정기금을 통한 달러 표시 국채 매입 등이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로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아르헨티나 증시 벤치마크인 메르발지수는 6%가량 급등했고, 페소화도 2% 이상 강세를 보였다. 국가 위험도 지표는 최근 1년래 최고 수준에서 크게 하락했다.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023년 말 취임해 강도 높은 긴축과 좌파 비판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 진영의 호평을 받아왔다. 그는 관세와 수입 제한을 철폐하고 자유시장 개혁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26%에 달했던 월간 인플레이션을 올해 7월 1.9%까지 끌어내렸다.
낮아진 인플레이션에도 아르헨티나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인플레이션보다 일자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며 총선을 앞두고 자유주의 성향의 밀레이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아르헨티나 전체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인 ‘자유전진단’이 좌파 페론주의 정당 연합 푸에르사 파트리아에 크게 패배, 10월 총선의 전조로 여겨지며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됐다. 밀레이 대통령이 개혁 추진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 지난 2주간 페소화는 폭락했으며,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빈약한 외환보유고에도 나흘간 11억달러 이상을 매도하며 페소화 방어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구제는 아르헨티나 금융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주요 주가지수인 메르발지수는 약 6% 상승했고 페소화는 2% 이상 강세를 보였다. 1년래 최고치에 올랐던 아르헨티나 국가 위험도(투자자 신뢰지표)는 크게 하락했다.
10월 총선을 앞둔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의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베선트 장관은 “밀레이 대통령의 재정 규율과 성장 지향적 개혁에 대한 지지가 아르헨티나의 오랜 쇠퇴의 역사를 끊는데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거론된 환율안정기금 활용은 미국의 아르헨티나 지원 의지를 한층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환율안정기금은 1930년대에 설립돼 외국의 긴급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한 대출 재원으로 쓰일 수 있다. 미 의회는 재무장관에게 해당 기금 사용에 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IMF나 타국과의 공조 없이 독자적으로 아르헨티나 지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외교협회(CFR)의 브래드 세처 선임연구원은 “1995년 멕시코에 200억 달러를 지원한 전례가 있지만, 아르헨티나 지원은 훨씬 위험할 수 있다”며 “페소화가 불안정하고 IMF에 대한 부채 규모도 크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원 방안 검토는 트럼프 대통령과 베선트 장관이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밀레이 대통령과 회담을 앞둔 가운데 발표돼 주목된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의 이념을 지키는 이들은 국민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미국 측에 감사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