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언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 연합뉴스 |
프랑스가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영국·캐나다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고, 이날 벨기에·룩셈부르크도 국가 인정 대열에 동참했다.
르몽드·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결책 이행을 위한 고위급 국제회의’를 주재하며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 국민 간 평화를 위해 중동에서 헌신해온 프랑스의 약속에 따라, 프랑스가 오늘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주최한 이날 회의는 국제사회가 지지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책인 ‘두 국가 해법’의 실행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렸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를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두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 국가 해법,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란히 평화와 안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각국에 촉구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프랑스가 처음부터 지지해온 이스라엘 국민의 권리를 조금도 빼앗지 않는다”라며 “이 인정만이 이스라엘에 평화를 가능케 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인 희생 등에 대한 국제사회 경고를 무시한 채 가자전쟁을 계속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금 이 시각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파괴를 목표로 군사 작전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계속해서 파괴되는 것은 집을 잃고, 부상 당하고, 기아에 시달리며, 트라우마(심리적 외상)를 앓는 수십만에 달하는 사람들의 삶”이라며 “하마스는 이미 상당히 약화됐고, 지속가능한 휴전을 위한 협상이 (하마스에 피랍된 이스라엘인) 인질을 석방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어떤 것도 가자에서의 전쟁을 지속할 구실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지금 그것을 최종적으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마스를 향해서도 인질 석방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자에 구금된 모든 인질이 석방되고 휴전이 성립하는 대로, 팔레스타인 국가에 대한 프랑스 대사관 설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질 석방과 휴전이 이뤄지면 하마스를 무장 해제해 자치 정부가 팔레스타인을 통치하도록 돕자고 제안했다. 그는 “(전쟁이 멈추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포함하는 과도 행정기관이 가자의 치안을 독점해 관리할 것”이라며 “과도 행정기관은 국제 파트너들의 지원을 받아 하마스의 해체와 무장 해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는 (가자지구) 안정화라는 국제사회의 과제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유럽 국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치안 기구의 훈련과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국민에게 정의를 돌려줄 때가 왔다. 이 땅에서 테러리즘의 흉측한 얼굴을 몰아내고 평화를 세울 때가 왔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쳤다.
앞서 프랑스는 지난 7월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방침을 예고한 바 있다. 이어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포르투갈 등도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선언했다. 벨기에·몰타·룩셈부르크·안도라·모나코 등도 이날 같은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유엔 193개 회원국 중 150개국 이상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이어 공식 외교 관계를 맺거나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이벳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비비시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당국이 “영국에 대사관과 대사를 둘 수 있다”며 “우리는 팔레스타인 당국과 외교적 단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국제회의 연설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는 반드시 유엔의 정회원이 되어야 한다”며 “팔레스타인 국가가 유엔에 가입하는 과정은 다른 국가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가능한 한 신속히 완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일본 등은 유보적인 태도다. 특히 이스라엘은 프랑스의 선언에 반발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팔레스타인 국가 인정)는 외교가 아니며 보여주기식 공연일 뿐”이라며 깎아내렸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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