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시프트] 태양광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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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태양광 '트럼프 먹구름' 꼈지만…캘리포니아, 텍사스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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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美 태양광 시장
지난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브래드 헤브너 CALSSA 전무이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지현 |
"영세한 기업들은 도산하고, 규모가 있는 기업들도 사업을 줄이고 있다. 다들 만나 보면 답답해한다."
지난 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캘리포니아태양광산업협회(CALSSA) 브래드 헤브너 전무이사는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 태양광 산업의 현주소를 묻는 질문에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CALSSA에는 테슬라, 미국 태양광 1위 기업 선런을 비롯해 약 650개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헤브너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한 내 준공이나 완공되는 프로젝트들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이후의 것들은 취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의 OBBBA(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따르면 2027년 말까지 완공되거나 내년 7월4일까지 착공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한해 보조금 혜택이 주어진다. 미국 태양광 산업의 위축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올 2분기 신규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7.5기가와트(GW)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그럼에도 중장기적 확장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태양광은 올 상반기 미국 전력망에 추가된 모든 신규 발전 용량 중 56%를 차지했다. 트럼프 정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태양광을 선택하는 건 탁월한 경제성 때문이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의 1㎿h당 발전단가는 43~73달러로 집계됐다. 가스(128~192달러)나 원자력(155~252달러) 대비 명백히 저렴했다.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폭증 기조 속에서 태양광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거·상업용 건물 태양광 패널 비율/그래픽=윤선정 |
아이러니하게 공화당 우세 지역이 오히려 태양광 유치에 적극적이다. 텍사스는 올 상반기 8.3GW의 태양광 용량을 설치하며 미국 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설치된 태양광 용량의 77%는 텍사스를 포함해 인디애나, 애리조나 등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주에서 건설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액션과, 실제 시장 흐름 사이에는 차이가 분명한 셈이다. SEIA는 미국 내 태양광 관련 일자리만 27만9447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러니 향후 주정부들이 독자적인 노선을 이어갈 거란 관측이 제기된다. 헤브너 이사는 "에너지 믹스 등 태양광과 관련해 주정부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법과 규제 등이 있어 어느 정도 자율성이 있다"며 "우리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는 주정부 차원에서 신축 건물에 패널 설치를 의무화했다. 2020년에는 주택과 아파트에, 2023년부터는 상업용 건물까지 의무 설치 대상을 확대했다. 정책 시행 이후 건물 내 태양광 패널 설치 비율은 2019년 7%에서 올해 16%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태양광 확대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2045년까지 전력의 100%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설비 용량을 98GW로 늘릴 예정이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의 일레인 카한 대변인은 "캘리포니아는 태양광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강화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인프라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뉴먼 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사진=김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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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의 미래 '탈중국 밸류체인'에 달려…"속도전 보다 내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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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기업들, 중국을 넘어야
미국 조지아주 한화솔루션 카터스빌 공장 전경 |
태양광 산업은 위기이자 기회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보조금 축소와 탈중국 밸류체인 강화라는 변수가 공존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16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지난해 4GW에서 오는 2030년 84GW로 약 2100% 증가할 전망이다.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태양광과 같은 에너지원이 미국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국내 태양광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폭증 등에 따른 전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총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잉곳·웨이퍼·셀·모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솔라허브'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태양광 풀밸류체인을 미국 현지에서 내재화하겠다는 것이다. 달튼 공장의 모듈 생산능력은 5.1GW이며, 카터스빌 공장은 각각 3.3GW의 잉곳·웨이퍼·셀·모듈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현재 모듈 공장은 가동 중인데 나머지 생산라인 역시 올 4분기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OCI홀딩스의 자회사 OCI에너지가 운영하고 있는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 |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와 미국을 잇는 밸류체인을 구축키로 했다. OCI테라서스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연산 3만5000톤)을 주력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한다. 텍사스에는 태양광 셀 공장(총 2GW) 건설을 예정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 사업도 진행 중이다. 셀 생산과 태양광 발전 사업은 미국법인 OCI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인 MSE(미션솔라에너지)와 OCI에너지를 통해 진행하는 구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태양광에 대한 세액공제를 2027년 조기 종료하기로 한 점은 변수다. 다만 미국의 경우 중국을 향한 무역장벽을 쌓고 있어서 국내 기업이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웨이퍼와 폴리실리콘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우회 물량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 적용을 결정했다.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에 저촉되는 폴리실리콘 등은 미국 반입이 아예 금지됐다. 유럽의 경우 태양광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중국의 시장 장악력(패널 비중 97%)이 절대적인 것과 차이난다.
국내에서의 사업 기회도 늘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태양광 속도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태양광 업계는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면서도, 글로벌 점유율 80~90%를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가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셀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9년 33.5%에서 2023년 74.2%까지 증가한 상황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속도전만 추구하다보면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수혜를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국내 태양광 밸류체인이 건강해지기 위한 내실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김지현 기자 flow@mt.co.kr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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