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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아야 했나"… 광주시, Y프로젝트 공모 관리업체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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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닫아야 했나"… 광주시, Y프로젝트 공모 관리업체 갑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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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초대 'FIFA 평화상' 수상
당선작 업체엔 8억대 설계 계약
관리사엔 잔금 6590만원 미지급
"언론 취재 협조 괘씸죄냐" 반발
市 "소송 결과 고려해 검토"라더니
소 취하 이후에도 아무 조치 없어


일러스트=이지원 기자

일러스트=이지원 기자


광주광역시의 'Y프로젝트-영산강 익사이팅 존 조성' 국제 설계 공모 비리 의혹을 놓고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가 당선작의 공모 지침 위반 시비로 소송과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당선작을 낸 건축사사무소 협력체(컨소시엄)와는 수억 원대 설계용역 계약을 체결한 반면 공모 관리 용역 업체에겐 소송이 취하된 이후에도 소송을 핑계로 용역 일시 정지를 풀어주지 않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해당 공모 관리용역업체는 용역대금 잔금 6,590만여 원을 못 받고 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2월 3일 영산강 익사이팅존 내 아시아 물역사 테마 체험관과 자연형 물놀이 체험시설을 조성하는 기획 설계와 국제 설계 공모 관리를 맡은 A사에 공모 관리 용역 일시 정지를 통보했다. 용역 계약 기간 만료 이틀 전이었다. 정지 기간은 광주시가 별도로 해지를 통보할 때까지였다. 당시 광주시는 "국제 설계 공모로 인한 과업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는 당선작을 뽑는 본심사가 용역 계약 기간을 넘긴 2월 20일로 잡혀 있는 터라, 계약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문제는 광주시가 7월 16일 당선작을 출품한 컨소시엄 측과 8억1,540만여 원에 1차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도 A사의 공모 관리 용역 일시 정지는 풀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A사는 7월 23일과 8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광주시에 용역 일시 정지 해제와 용역 완료 확인을 요청했지만 광주시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까닭에 A사는 광주시로부터 받아야 할 용역 대금 1억7,123만7,400원 중 선금과 기성금을 뺀 잔금 6,592만6,400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A사는 "용역 일시 정지 이후에도 출품작들에 대한 기술 검토 보고서 작성이나 본심사 운영 등 용역 과업을 정상 수행했다"며 "광주시의 이중 잣대 횡포가 너무 심하다"고 반발했다.

그러자 광주시는 이달 3일에야 A사에 "해당 설계 공모와 관련해 처분 금지 가처분 항고 및 소송 등이 진행 중에 있어서, 그 결과를 고려하면서 용역 일시 정지·해지 및 용역 완료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회신했다. 당장에는 용역 일시 정지를 풀어주거나 잔금을 줄 생각이 없다는 얘기였다. 실제 3월 공모 탈락 업체가 "당선작이 공모 지침을 어겼다"며 광주시를 상대로 냈던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한 항고를 이달 12일 취하했으나, 광주시는 22일 현재까지 A사에 대한 용역 일시 정지를 풀지 않았다. 이와 관련, 광주경찰청은 공모 담당 공무원과 컨소시엄 참여 업체 대표 등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사는 "광주시가 우리에게 괘씸죄를 씌우고 있다"고 발끈했다. A사 측은 "광주시가 소송의 직접 원인을 제공한 곳과는 설계 용역 계약을 맺고, 공모 관리를 대행한 곳엔 소송 결과를 지켜보며 용역 일시 정지 해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논리냐"며 "이는 광주시가 당선작의 공모 지침 위반 논란을 두고 언론 취재와 광주시의회 시정 질문에 협조했던 우리에게 '입을 다물고 있지 왜 시끄럽게 했냐'며 뒤끝을 부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광주시 관계자는 "(A사의) 과업 지시서 이행 등을 검토 중에 있다고만 알고 있으면 될 것 같다. 다른 이야기를 할 게 없다"고 말꼬리를 흘렸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