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MBK-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 관련 야3당 정무위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점포를 매각해 인수대금을 갚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해킹 사고는 MBK의 보안 투자 소홀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수기업 육성보다 단기 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탐욕적인 사모펀드(PEF)의 전형적인 행태다.
한국일보가 확보한 ‘홈플러스 인수금융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MBK는 전체 인수대금 60%에 가까운 4조3,000억 원을 홈플러스 보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23곳 보유 점포 매각 후 재임대로 대출금을 상환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임대료는 홈플러스 몸통을 흔들었다. 완만한 매출 증가에도 연간 최소 1,000억 원 이상의 임대료 부담에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회생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의혹 역시 그 연장선상일 것이다.
대형 해킹사고가 발생한 롯데카드도 대주주인 MBK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해 보안 투자를 소홀히 한 흔적이 역력하다. 롯데카드를 인수한 2019년 이후 보안 투자는 대체로 하향 곡선을 그렸고, 정보기술(IT) 담당 임원 비중도 업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국내 자본시장에 토종 사모펀드가 등장한 게 20년 전이다. 론스타, 소버린 등 외국계 기업 사냥꾼의 대항마를 육성해야 한다는 요구에 힘입은 바였다. MBK와 더불어 한앤컴퍼니, IMM PE 등이 가세하며 기업구조조정, 자금조달 경로 다양화 등 순기능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연이어 드러난 약탈적 모습은 토종 사모펀드 역시 시장 질서를 파괴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이제 막 국회와 정부는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금융연구원은 정부 용역 보고서에서 “PEF의 중대한 법 위반 시 등록 말소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는 24일 김병주 MBK 회장 등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연다. 싹을 자르는 과도한 규제는 경계해야겠지만, 사회가 더 많은 비용을 치르기 전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