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김이 DP월드투어 페덱스 프랑스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DP월드투어 |
때로는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어드레스할 때 공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한 개 정도 옮긴 뒤 오랜 슬럼프에서 탈출한 재미동포 마이클 김(한국명 김상원)이 DP월드투어 페덱스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올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페덱스컵 순위 31위에 오른 데 이어 생애 첫 DP월드투어 우승까지 차지한 그는 올해를 최고의 한 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마이클 김은 2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골프 드 생놈라브르테슈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5타를 쳤다.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2위인 프랑스 동포 고정원과 엘비스 스마일리(호주)를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으로 55만2500달러를 받은 마이클 김은 프로 통산 2승째를 올렸다. PGA 투어 첫 우승이었던 2018년 7월 존디어 클래식 이후 약 7년2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게 된 그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PGA 투어에서 만족스러운 성적을 작성한 데 이어 DP월드투어 페덱스 프랑스 오픈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값진 결실을 맺게 돼 행복하다. 엄청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인데 계속 느끼고 싶은 특별한 감정이다."
1993년 한국에서 태어난 마이클 김은 일곱 살이 되던 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로 이주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미국 골프 명문 대학 중 하나인 UC버클리에 입학했다. 이후 기량이 만개하며 올해의 대학 선수상인 해스킨 어워드까지 받았다.
크게 좌절했지만 마이클 김은 포기하지 않았다. 2022년 콘페리투어 포인트 19위를 차지하며 PGA 투어로 복귀했다. 2022~2023시즌과 지난해 생존에 성공한 그는 올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페덱스컵 랭킹 30위까지만 나갈 수 있는 투어 챔피언십 출전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3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반전을 일궈냈다.
마이클 김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운 조력자는 숀 폴리 스윙코치다. 2021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지도하고 있는 폴리 코치는 마이클 김이 임팩트 순간 클럽 헤드가 스퀘어를 이루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몇 가지 동작을 바꿨지만 미스샷은 계속됐다. 그러던 중 어드레스 때 공의 위치가 바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고 오른쪽으로 한 개씩 옮겼다. 이후 마이클 김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은 눈에 띄게 상승했고 매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꾸준한 선수로 변모했다.
마이클 김은 "계속된 실패로 좌절감이 점점 커지던 어느 날 공의 위치를 바꾸자 원하는 샷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성적이 좋아졌고 잃어버렸던 자신감까지 되찾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공 위치를 왼쪽에 두면 당기거나 밀어치는 실수를 하게 된다. 반대로 너무 오른발 쪽에 두면 푸시성 구질이 나올 확률이 크다. 클럽 헤드가 스퀘어를 이루는 지점을 찾은 뒤 공 위치를 옮기자 티샷, 아이언샷 등의 정확도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작은 변화를 통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퍼트가 약점이었던 셰플러는 왼발이 오른발보다 10㎝ 앞에 있는 크로스 스탠스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조금씩 홀을 벗어나는 것을 발견한 그는 왼발과 오른발이 나란히 자리하는 스퀘어 스탠스로 변화를 줬고 이후 파리올림픽을 포함해 14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에서 최근 3년간 팬이 가장 많이 증가한 선수 중 한 명인 마이클 김은 성적과 인기를 모두 잡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지난해 10만명이었던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팔로어는 올해 20만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여럿 있는데 계속 도전해 보려고 한다. PGA 투어에서도 우승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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