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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12시간 늑장 수정…국내 서비스는 1시간 내 대응"

이데일리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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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12시간 늑장 수정…국내 서비스는 1시간 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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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밀지도 요구하는 구글, 오기 수정은 하세월
김민석 총리 시정 요청 이후에도 4시간 넘어 수정
구글 'UGC' 정책 도마…국내 지도는 오류 24시간 대응
"해외 서버 한계…국내 기업만큼 신속 수정 어려워"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구글 지도가 ‘독도박물관’을 ‘김일성기념관’으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가 발생하면서, 지도 품질 관리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졌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에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하는 구글이 정작 지도 서비스의 핵심인 ‘관심 지점(POI)’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9일 구글지도에 울릉도 독도박물관을 검색하면 지도 화면에 본관은 김일성기념관(별관)으로 별관은 ‘도박 물관 별관’으로 표기된 모습(사진=구글맵 갈무리)

지난 19일 구글지도에 울릉도 독도박물관을 검색하면 지도 화면에 본관은 김일성기념관(별관)으로 별관은 ‘도박 물관 별관’으로 표기된 모습(사진=구글맵 갈무리)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자사 지도 서비스에서 경북 울릉군 내 ‘독도박물관’을 ‘김일성기념관(별관)’으로 오기한 것과 관련해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독도 수호 의지를 상징하는 국내 유일의 영토박물관에 대한 오기가 드러나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구글 측에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요청하고 정부의 강력한 유감 입장을 전달하라”고 관계부처에 긴급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해당 오기는 언론 보도 후 12시간, 김 총리의 긴급 시정 요청 후에도 4시간이 지나서야 수정됐다. 이는 통상 1시간 내에 오류를 수정하는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국내 지도업계 관계자는 “지도 오류는 인지 즉시 조치하며, 관련 증빙 등 확인을 거쳐 보통 1시간 내 서비스에 반영된다”며 “거의 실시간으로 이용자 신고나 제보 및 자체 모니터링 등을 통해 오류·오표기·오번역 등을 점검하며 지도 서비스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지도, 카카오맵, 티맵 등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들은 오류 수정에 대응하는 인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사용자 임의로 변경 가능?…구글 UGC 정책 악용 탓

구글은 오기 원인을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기능을 악용한 탓으로 돌렸다. 구글 지도 정책에 따라 특정 소유주가 없는 장소인 국가기관은 이용자들이 임의로 상호를 변경할 수 있다. 구글 지도에서 해당 주소 검색 후 ‘수정 제안하기’ 버튼을 클릭해 변경하려는 상호를 제안하고, 다수가 함께 같은 제안을 하면 자동으로 상호가 변경되는 식이다.


구글 관계자는 “매일 접수되는 수백만 건의 UGC 콘텐츠가 진실되고 정확하지만,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가 접수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 지도 상에서 밀양경찰서가 ‘밀양견찰서’ 등으로 오기되는 등 UGC 정책을 위반한 사례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도 서비스에서 핵심은 단순한 정밀도가 아니라 POI 정보의 정확성과 최신성이라며, 이를 위해 자체 검증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IT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용자 참여 방식의 지도 정보 수정은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자체 검증 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도 정밀도가 높아진다고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며, POI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체 투자와 엄격한 검수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 지도 관리하는 구글…“신속 수정 어려워”

이번 사태는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와 맞물려 신뢰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앞서 위성 사진 내 보안 시설 가림 처리, 좌표 정보 삭제 등 한국 정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는 불가하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해 왔다.

안종욱 안양대 스마트시티공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과 달리 서버가 해외에 있는 구글은 한국법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고정밀지도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되면 구글이 약속한 ‘핫라인’을 구축해도 한국이 제공한 정보라며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있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수정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구글이 한국 정부가 지도 반출을 승인하지 않아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사기업임에도 국경·지명 결정에서 사실상 준(準)주권적 지위를 가진 만큼, 이에 걸맞은 책임과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이정현 서울여자대학교 지능정보보호학부 객원교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기고문에서 “구글 지도가 글로벌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어 이용자들이 이를 객관적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지명 오기나 수정 불수용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구글은 과거 국내 일부 지역 날씨 서비스에서 동해를 ‘일본해(동해)’로 표기한 바 있고, 독도를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하는 등 반복적인 오기 논란을 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