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한 가족이 파괴된 마을에서 이동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려는 전 세계 주요국의 움직임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이 ‘국가 승인 보류’ 입장을 재확인하자 동맹국인 ‘미국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포르투갈이 현지시각 21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다는 발표를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향후 정세 변화를 주시하면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국가 승인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장관은 “일본 정부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 문제와 관련해 일관되게 ‘두 국가’ 해결 방안을 지지해온 만큼, 국가 승인 자체는 문제가 아니며 언제 승인할 것인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이후 2년 가까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상대로 벌인 군사 행동이 ‘제노사이드’(집단살해)에 해당한다며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유엔 인권이사회 독립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16일 이스라엘의 잔혹한 가자지구 군사작전이 국제법이 금지한 집단살해라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주요국들은 일방적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마무리할 방안의 하나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한 곳은 유엔(UN) 193개 회원국 가운데 150개국을 넘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이 아직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에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가자지구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국가 승인’에는 신중한 태도를 거듭하고 있다. 하야시 장관도 이날 “가장 중요한 것은 팔레스타인이 지속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면서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도 ‘두 국가 해결 방안'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이라도 가까워지도록 현실적, 적극적 구실을 이어나갈 것”이라고만 밝혔다. 앞서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역시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어떤 게 ‘두 국가 방안’을 통한 해결에 현실적으로 연결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국가 승인 보류’ 입장을 사실상 재확인했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노골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있는 미국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여러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따 “미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보류하도록 일본 정부에 비공식 요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는 당분간 팔레스타인의 국가로 승인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국가로 인정할 경우 (이스라엘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과 관계 악화를 우려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끝까지 고민했지만, 미국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신문에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