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브라질 하원, 보수파 연합해 '보우소나루 사면' 법안 패스트트랙 통과…"쿠데타 음모 사면 반대"
2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면 법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가 개최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
쿠데타 모의 혐의로 기소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사면 가능성을 두고 현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사면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브라질 민주주의는 무너질 것이라며 사면 반대를 주장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살바도르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면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현지 시민단체들이 드론 영상을 통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상파울루에서 4만2400명,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4만1800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파블로 오르테야도 정치토론감시단 국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만 놓고 보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2022년 10월 대선 승리 축하 집회 이후 최대 규모 시위라고 설명했다.
이번 집회에는 1960년 브라질 군사독재 시절 정부 검열에 항거했던 가수 카에타누 벨로주와 지우베르투 지우 전 문화부 장관이 동참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쿠데타 음모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면책 특권과 사면에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쿠데타를 시도한 혐의로 지난 11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에서 징역 27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2023년 1월 지지자들을 부추겨 의회 폭동을 일으켰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이 판결은 대법관 5명으로 구성된 소부 재판부에서 내려졌는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법관 11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받겠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그는 현재 가택 연금 중이다.
이에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속한 자유당은 하원 내 보수파들을 설득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측근들, 의회 폭동 가담자들을 사면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부쳐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현직 의원들의 체포와 기소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자 쿠데타를 모의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사면은 물론, 의원들이 스스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시위가 전국에서 동시에 개최된 것.
오르텔라도 국장은 "보통 우파 시위가 좌파 시위보다 세 배 정도 더 컸는데 최근 몇 달 동안 양상이 바뀌었다"며 "야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를 지지하면서 좌파가 다시 거리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현재 브라질 여당은 좌파 성향 노동자당이다. 브라질 하원은 재적 512석 중 363석이 보수 연합으로 구성된 여소야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룰라 정권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정치 탄압한다면서 브라질에 관세 40%를 가산해 총 5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연방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날에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엑스에 "마녀사냥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를 둘러싸고 브라질 여론은 양분됐다. 지난 16일 발표된 다타폴랴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수감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50%였고 47%가 반대였다. 7%는 답변을 거부했다. 전국에서 20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결과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기 나흘 전에는 상파울루에서 우파 지지자들이 모여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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