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일주일 만에 뇌출혈로 숨진 시민의 유족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영민)는 숨진 A씨의 배우자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 보상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1년 12월28일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뒤 2시간 만에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다. 병원에서 두개내출혈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일주일 뒤인 2022년 1월4일 사망했다.
A씨는 백신 접종 이전에는 뇌혈관 질환을 진단받은 적이 없었고, 백신 접종 뒤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모야모야병 발병 사실을 알게 됐다. 모야모야병은 뇌혈관이 점차 좁아지면서 뇌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뇌출혈이나 뇌경색 위험이 커지는 희소 질환이다.
정상 혈관과 달리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미세 혈관이 자라나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
유족은 이후 피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A씨의 직접 사인은 두개내출혈로, 예방접종과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사망과 백신 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접종 전까지 모야모야병 관련 증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두개내출혈이 예방접종과 무관하게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백신 접종 후 흔히 보고되는 발열과 혈압상승 등이 뇌 혈류 변화를 초래해 모야모야병을 악화시키고 출혈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백신 접종 후 모야모야병 환자의 뇌출혈 발생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백신 접종이 모야모야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렀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적·경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다른 전염병 백신들과 달리 예외적 긴급절차에 따라 승인·허가가 이뤄졌다”며 “접종 후 어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피해 발생 확률은 어떠한지 등은 현재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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