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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급부상한 '알리'…엇갈린 '1세대 이커머스'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김다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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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급부상한 '알리'…엇갈린 '1세대 이커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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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G마켓 동맹, 업계 판 흔들까
1세대 이커머스, 파산·매각의 늪
쿠팡·네이버 독주, 생존법은 특화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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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익스프레스와 G마켓의 결합이 마침내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반면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1세대 이커머스 기업들은 줄줄이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위메프는 결국 파산으로 막을 내렸고 티몬도 존속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11번가·인터파크까지 존재감을 잃어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세대교체'라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알리와 G마켓 동맹

공정위는 지난 18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와 신세계그룹 G마켓 간 합병을 승인했습니다. 공정위는 운영과 데이터 분리라는 조건을 걸었지만, 실질적으로 글로벌 자본과 국내 플랫폼의 결합을 허용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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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만남이 국내 이커머스 경쟁 구도를 흔들 변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해외직구 강점과 G마켓의 국내 인프라를 결합하면 독보적인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죠. G마켓 셀러들은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국내 소비자들은 알리의 저가 상품을 G마켓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는 1997년 옥션이 인터넷 경매를 시작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부터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가 '오픈마켓' 모델로 시장을 키웠습니다. 판매자 중심으로 상품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업계는 단숨에 커졌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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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에는 쿠팡과 위메프, 티몬이 '소셜커머스 3강'으로 등장했습니다. 소셜커머스는 일정 수 이상의 소비자가 모이면 저렴한 가격에 공동구매 하는 방식으로, SNS와 맞물려 급성장했습니다. 이 시기 온라인 쇼핑은 생활 전반으로 확산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죠.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01년 약 3조3471원에서 2016년 64조9134원 수준으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161조1234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242조89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1세대 이커머스의 흥망성쇠

하지만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이커머스 업계에도 위기가 닥쳤습니다. 엔데믹 전환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늘면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가 급격히 꺾였습니다. 과열 경쟁 속에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과 물류 투자는 고스란히 적자로 쌓였습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충격은 더 커졌습니다. 투자 시장마저 얼어붙자, 한때 잘나가던 기업들도 잇따라 상장 계획을 미루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습니다.

그러던 지난해 7월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습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며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겁니다. 당시 두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피해 업체를 4만8000곳, 미정산 대금을 1조2790억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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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위메프는 회생 절차를 밟았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결국 위메프는 지난 12일 공식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티몬 역시 생존 기로에 놓였습니다. 지난해 7월 사업을 잠정 중단한 지 1년여 만에 재개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다시 연기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직 카드사와 피해자 민원이 해결되지 않아 신뢰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입니다. 티몬이 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른 1세대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23년 큐텐에 인수된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몬·위메프 사태 이후 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다시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인수 희망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11번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지분 구조와 콜옵션 문제가 얽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투자 회수와 성장 전략 모두 명확하지 않아 매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쿠팡·네이버의 시대…관건은 '차별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이제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상태입니다. 여기에 G마켓과 손을 잡은 알리바바까지 가세하면서 사실상 '2강+α' 체제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쿠팡은 수조 원대 투자를 물류에 쏟아부으며 체질을 바꿨습니다. 배송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물류센터를 세워 2015년 '로켓배송'을 선보였고 이것이 대히트를 쳤습니다. 초기에는 막대한 적자가 불가피했지만 쿠팡은 이를 '계획된 적자'라며 밀어붙였고 결국 시장 내에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네이버는 이커머스의 '조용한 강자'입니다. 검색, 쇼핑, 페이 등 자사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강력한 록인 효과를 만들어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커머스 사업을 본격 확대한 네이버는 오픈마켓 '스토어팜(현 스마트스토어)'을 통해 셀러를 대거 흡수했습니다. 올해 3월에는 쇼핑앱 '네이버플러스스토어'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커머스 사업 확대를 알렸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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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기업의 공통된 무기는 '멤버십'입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이탈을 막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른 기업들이 이를 따라 하기엔 비용 부담이 너무 크고,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멤버십이 이들의 진정한 경쟁력이 된 셈입니다.

1세대 이커머스의 몰락은 단순히 경영 실패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플랫폼 신뢰, 자본·물류 인프라, 데이터·서비스 통합 역량이라는 '세 축'에서 균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가 남긴 교훈은 분명합니다. 토종 플랫폼이 살아남으려면 대규모 투자와 차별화된 전략 가운데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실제로 종합몰보다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버티컬 플랫폼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는 이미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하는 구도로 굳어졌다"며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글로벌 강자가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경쟁 강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토종 기업들이 생존하려면 과감한 투자와 함께 차별화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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