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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호랑이가 장난꾸러기로…‘호작도’ 400년

중앙일보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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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호랑이가 장난꾸러기로…‘호작도’ 4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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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M1 2층에서 열리는 상설기획전 ‘까치 호랑이 虎鵲(호작)’의 전시장 모습. 까치 호랑이의 기원을 보여주는 1592년 작품부터 김홍도의 정통 회화까지 소개한다. [사진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M1 2층에서 열리는 상설기획전 ‘까치 호랑이 虎鵲(호작)’의 전시장 모습. 까치 호랑이의 기원을 보여주는 1592년 작품부터 김홍도의 정통 회화까지 소개한다. [사진 리움미술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인기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이 상설기획전 ‘까치 호랑이(虎鵲)’를 열고 있다. 1592년에 제작돼 현재까지 전하는 국내 까치 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작품도 국내 최초로 이번 전시에 나왔다. 또 민중 문화 속 해학과 풍자로 자리 잡은 19세기 민화와 더불어 김홍도의 정통 회화,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의 모델이 된 호작도까지 한국인의 미의식과 해학, 그리고 시대적 풍자를 드러내는 총 7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동물로, 전통미술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져 왔다. 특히 맹수인 호랑이는 위엄을 갖춘 군자를 상징하기도 했으며, 액운을 막아주는 영물로 여겨져 인기를 끌었다.

일상에서 전통의 미감을 경험할 수 있게 제작된 부채. [사진 리움미술관]

일상에서 전통의 미감을 경험할 수 있게 제작된 부채. [사진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1592년작 ‘호작도’는 국내에 전해지는 까치 호랑이 그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민화의 대표적 주제였던 호작도의 원류로 평가받는다. 까치 호랑이의 도상은 중국 원나라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작품은 이를 계승하면서도 나무 위에 까치를 배치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특유의 까치 호랑이 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한 점의 그림 안에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놀라며 기뻐하는 새(경조·驚鳥), 새끼를 키우는 호랑이(유호·乳虎) 등이 하나로 결합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출산호는 여우와 이리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호랑이의 모습을 일컫는다.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이 작품은 전형적인 까치 호랑이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도 까치 호랑이 형식의 근본이 되는 요소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전통의 미감을 경험할 수 있게 제작된 일회용 카메라. [사진 리움미술관]

일상에서 전통의 미감을 경험할 수 있게 제작된 일회용 카메라. [사진 리움미술관]


19세기에 이르러 호작도는 민화로 제작되며 크게 유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화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과 해학적 모습이 더해졌다. 지금까지 까치 호랑이 민화 중 대표작으로 꼽히며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된 19세기 호작도 역시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추상적인 표현법이 마치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켜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는 작품이다.

1874년 신재현(申在鉉)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호작도’는 민화이면서도 문인화 성격과 결합한 독특한 양식이다. 조선 후기 화단의 거장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는 정통 회화의 품격을 보여주면서도, 소나무 아래에서 몸을 돌려 선 호랑이의 자세가 민화 까치 호랑이의 원형인 ‘출산호’ 도상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급히 기획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1년 전에 기획됐다. 리움스토어는 이번 전시와 연계해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전통의 미감을 살린 공예품과 굿즈를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30일까지, 무료.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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