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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우리말]너무 많이 쓰이게 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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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우리말]너무 많이 쓰이게 된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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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누군가 ‘주말 잘 보냈냐’고 묻는다. “친구들 만나서 완전 맛있는 거 먹고 엄청 떠들고 너무 재밌게 놀았어.”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사이사이 들어간 ‘완전’ ‘엄청’ ‘너무’를 떼어보자.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거 먹고 떠들고 재밌게 놀았어.” 어쩐지 즐거움이 덜한 듯하다.

‘엄청’ ‘너무’ 같은 부사는 짧은 한 단어일 뿐이지만 알맞게 활용하면 당시 기분이나 느낌을 더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다. ‘매우’ ‘아주’ ‘무척’ 등 종류도 다양해 우리말글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그중 ‘너무’는 예전에는 부정적인 표현에서만 쓸 수 있었다. ‘너무 슬프다’는 되지만 ‘너무 기쁘다’는 안 됐던 것이다. ‘매우 기쁘다’ ‘정말 기쁘다’ 등으로 고쳐야 했다. 하지만 ‘너무 예쁘다’ ‘너무 행복하다’처럼 좋은 뜻으로도 많이 붙다 보니 긍정적인 맥락이 추가됐다. 그리고 이제는 ‘너무’가 너무 많이 쓰이게 됐다.

한편으론 ‘하다’가 붙은 ‘너무하다’가 변함없이 부정적인 어감을 주기 때문에 ‘너무’ 역시 계속 부정적인 상황에서만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 이도 있다. 또 ‘더할 수 없이 심하게’란 뜻의 ‘몹시’나 ‘양이나 정도가 아주 지나친 상태’란 뜻의 ‘엄청’ 등 ‘지나치다’나 ‘심하다’란 의미가 들어간 말은 부정적인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몹시’나 ‘엄청’이나 ‘너무’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이다.

앞으로 돌아가보자. “완전 맛있는 거”가 있었다. ‘완전’은 ‘필요한 것이 모두 갖춰져 모자람이나 흠이 없음’이란 뜻의 ‘명사’이지만, 요즘엔 ‘완전 멋지다’ ‘완전 재밌다’ 등 부사처럼 많이 쓰인다. 그래서인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는 ‘보통 정도보다 훨씬 더’란 뜻의 부사라고도 올라왔다. ‘완전’에 이 의미가 정식으로 추가될지 지켜봐야겠다.

또 ‘짱 멋지다’ ‘개어렵다’ 등 ‘짱’이나 ‘개’가 붙는 은어도 보인다. 어떤 느낌인지는 와닿지만 듣는 이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니 ‘짱’과 ‘개’ 대신, ‘정말’ ‘매우’ ‘아주’ ‘엄청’ ‘무척’ ‘되게’ ‘썩’ 등을 불러내는 건 어떨까. 단어를 고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이지순 교열부장 js011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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